‘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마라’ 여수사람이면 한번쯤이면 들어봤을 말이다. 자랑스러울 것 같으면서 왠지 부담스러운 말이다. 항구도시의 특성상 고깃배가 한 번 들고 날 때마다 부두는 북적거렸고, 많은 돈이 오고 갔다. 은행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 않은 50~60년대에, 언제 배가 들어올지 몰라 장롱 깊숙이 돈 다발이 묻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말의 어원으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여수를 밀수도시와 관련시킨 것이다. 60년대 여수는 밀수도시로 유명세(?)를 탔다. TV보다 라디오가 대세인 시절에 MBC 라디오에서는 일일 실화극 법창야화 ‘안개 낀 여수항’을 방송했다. 밀수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여수를 무대로 드라마가 진행됐다. 당시 여수시민들은 모욕적인 드라마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60~70년대에 여수에서는 밀수 선원 아들이 단속하는 세관원을 살해하는 등 밀수와 관련하여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경찰서장과 세관장 등 공무원이 연루되어 구속되기도 했다. 밀수는 들키지만 않으면 큰돈을 벌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수에서 돈 자랑 하지 마라’로 왜곡되었다.

요즘 여수시 예산 씀씀이 때문에 서론이 길었다. 최근 여수시는 8억 2500만원이라는 엄청난 용역비가 들어간 ‘Oh Yeosu 2020 여수시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용역’ 보고서를 받았다. 알맹이 없는 결과물이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알맹이 없는 중장기 계획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2020년까지 매년 1조원 이상 사업비가 투입되어야 한다고 한다. 용역을 수행한 전남대와 (주)환경그룹은 여수시 1년 예산이 얼마인지나 알고 이런 보고서를 만들었을까?

이 용역보고서에 대해 여수시의회,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에서는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8억 2500만원의 용역보고서라고 보기에 민망하다고 질타했다. 용역업체는 시의회 설명회, 시민공청회 등에서 거론된 문제점을 보완하여 9월 17일까지 최종 납품한다고 했다. 여수시는 이를 어떻게 수용했는지 궁금하다.

여수시는 ‘Oh! Yeosu 4대 시민운동’을 추진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Oh! Yeosu 4대 시민운동’ 추진 홍보방송 광고료 8천만 원을 추경예산으로 올렸다. ‘Oh! Yeosu 4대 시민운동’은 아직 기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민들과 어떤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선 광고부터 한다고 한다. 누구 좋아라고 하는 것일까?

여수시는 성공개최의 원동력이 됐던 ‘엑스포 4대 시민운동’을 품격 높은 시민운동으로 정착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여수시민들께서는 묻고 싶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성공 개최되었다고 생각하는지요? 성공박람회라고 주장하는 여수시에게 묻고 싶다. 어떤 기준으로 박람회가 성공했다고 주장하는지 성공 지표를 시민들에게 제시해보기 바란다.

여수 경제는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 그것이 성공박람회란 말인가? 사후활용도 마련하지 못하고, 언제 다시 재개장할지도 모른다. 이 상황이 성공박람회란 말인가? 820만 명의 관람객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여수시민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820만 명이라는 숫자 노름으로 성공박람회라 자부하고 있는가?

지난 19일 여수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여수시의회에 제2회 추가경정예산 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연대회의가 세부 항목으로 지적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단히 타당성이 높게 예산을 분석했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먼저 앞서 지적한 ‘Oh! Yeosu 4대 시민운동’ 추진 홍보방송 광고료 8천만 원이다. 황당한 예산이다.

둘째, ‘여수세계합창제’ 개최 행사보조비로 5천만 원이다. 누구를 위한 세계합창제인가. 지금 예산을 세워 언제 실시한다는 말인가? 세계적인 행사를 겨우 며칠 만에 계획하여 실시하려고 하는가? 즉흥적인 예산 낭비성 행사에 차마 부끄러워 입을 뗄 수가 없다.

셋째, 제1회 이․통장 체육대회 행사보조비로 8천만 원이 추경 안에 포함됐다. 벌써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뻔한 예산이 아닌가. 이런 불필요한 예산이 서슴없이 세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저절로 실감나는 예산이다.

넷째, 문예회관 건립공사 예산 18억 6400만원이다. 문화예술시설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웅천 ‘예울마루’가 완공되어 부족한 부분은 많이 해소됐다. 여수시에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18억 64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즉 일부 신문에서는 통합청사를 건립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지적한 기사도 있다. 참 나쁜 예산이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폐막한지 어느덧 40여일이 지났다. 화려한 축제 뒤에 깊어 가는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여수시에는 들리지 않는가.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자영업자의 눈물이 여수시장에게는 보이지 않는가. 태풍으로 망가진 농어민의 멍든 가슴이 보이지 않는가.

거창한 구호로 시민을 어렵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불필요한 기구를 만들어 시민을 들러리로 세우지 말았으면 한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돈을 쏟아 붓는 선심성, 낭비성 예산을 줄였으면 한다. 그럴 예산 있으면 태풍으로 피해 본 농어민들에게, 자영업자에게, 서민들에게, 저소득층에게 나눠 주었으면 한다. 이들이 위안을 받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말이다.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여수에서 돈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아름답게 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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