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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박람회 이후, 여수는 어디로 가는가?
박완규  |  pawg3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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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0.15  09: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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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가 끝나고 두 달이 지났다. 시민들은 묻는다. “박람회 이후, 박람회장은 어찌된답니까?” 이 질문에 누구 한 사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어제 어느 호텔 사장을 만났다. 객실이 텅텅 비어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어떻게 견디겠지만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한다.

어디 이 호텔만 그럴까. 수많은 호텔들이 같은 처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묻고 싶다. 박람회가 끝나면, 여수가 세계 속의 여수로 천지개벽 할 것이라고 얘기했던 사람들은, 왜 지금 말이 없는가?

국가도 도시도 온통 대통령 선거에 매몰되어 박람회는 안중에도 없다. 어제도 그제도 박람회장을 갔지만 쇠줄로 칭칭 감아 놓은 박람회장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시설도, 정책도, 사람도, 비전도, 모두가 개판이다.

2조가 넘게 투자된 시설들. 빅오, 디지털갤러리, 주제관, 한국관, 스카이타워,.. 이 아까운 시설들. 어느 것은 벌써 뜯어지고 어느 것은 먼지만 쌓여간다. 에이 나쁜 사람들. 자기들 돈이라면 이렇게 험하게 방치할까.

그 화려하고 훌륭한 시설들. 차라리 아이들 현장학습장으로 활용해 그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보고 듣고 토론하면서 미래의 꿈이나 꾸게 하지. 사후활용방안이 결정될 때까지 만이라도. 뭐가 그리 급하다고 철문을 굳게 닫고 뜯어 없애기에 바쁜가?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그것이 비록 쇼라 할지라도 ‘우리가 이러면 안 된다’고 단식농성이라도 하겠다. 그래서 시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한민국 정부에 그리고 국민들에게 알리겠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시민들이 원하면 뭐든지 한다고 했지 않은가?

우리가 이 꼴 보려고 박람회를 했나.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을 보고 리더들의 총체적인 무능이라고 한다. 많은 시민들이 얘기한다. 다음 선거에 모두 떨어질 준비나 하라고.
지역의 리더라고 하면, 이럴 때 나서서,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불안해하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박람회 기간 동안 우리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나? 타지에서 박람회장을 찾은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여수를 욕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여수시민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800만명을 채운다고 발버둥 친 시민들. 자원봉사 한다고, 승용차 안 타기 한다고, 멀리서 사돈네 팔촌까지 찾아오는 손님들 치다꺼리 한다고, 막히는 교통에, 실속도 없으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나? 그래도 시민들은 대놓고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왜냐면, 박람회 이후에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항구도시의 작은 꿈이 박람회 이후에 이루어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시민들이 그 고생을 했겠나?

새누리당은 여수의 정서가 못내 서운한가 보다. 왜냐면, 그렇게 정부에서 도와줬으면 새누리당 지지율에 변화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은 서운해 할 것 없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아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박람회장의 사후활용 문제는 도대체 안중에도 없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무슨 개뿔. 선거철만 되면 아쉬운 소리나 하지.

내가 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선의 파고 속에, 애가 터지는 이러한 지역문제들이 오랫동안 묻히는 것이다. 12월 대선 때까지, 그리고 대선이 끝나면 정권 취임 때까지. 그 사이에 박람회장은 점점 녹슬어 가고, 기억 속에 사라지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온통 안철수냐 문재인이냐 박근혜냐고 묻는다. 내가 점쟁이도 아닌데. 그런데 이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글쎄. 내가 바뀌지 않는데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바뀔까.

국가의 문제를 언급하기에 앞서 내 도시의 문제부터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국가의 지도자를 언급하기에 앞서 내 도시의 지도자부터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박람회가 끝나면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이렇게 변할 줄 알았다. 도시 곳곳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시민들이 음악과 문화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될 줄 알았다.

밤이 되면 가족의 손을 잡고 박람회장을 걸으면서 우리가 성공시킨 박람회의 추억을 곱게 되새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처럼 철문으로 굳게 닫힌 폐쇄된 공간이 되지 않고. 에이 나쁜 사람들. 거기가 무슨 군사시설이라고 시민들 출입까지 통제하나.

프랑스의 석학 아타리가 쓴 ‘20세기 승자와 패자’라는 저서를 보면 제법 의미심장한 내용이 나온다. “역사를 통하여 영원한 도시도 지역도 없으며, 모든 도시는 흥망성쇠를 거듭하여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도시나 지역에 주어진 기회를, 그 주민들이 얼마나 정확히 포착하고, 어떻게 힘을 모아 현실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도시나 지역은 발전할 수 있었다.”

우리 도시에도 분명 기회는 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도자들은 지금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가? 노력을 했는데 안 됐다? 그 말은 지도자들이 고생하는 시민들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이 도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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