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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보다...
박완규  |  pawg3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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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0.22  09: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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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참 좋은 단어인데 전두환이 민주정의당을 창당하면서부터, 정의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 이후 우리사회에 정의가 제대로 실현된 기억이 별로 없다. 정의가 아직 명예회복을 못했다는 뜻이다.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란, 우리 뒷집 아저씨같이 힘이 없는 사람도, 자신의 정당한 몫을 공평하게 분배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의로운 사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올바로 분배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다.”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가 올바로 분배되는 사회. 그래서 누구라도 권력에 눌리지 않고, 누구라도 자기 자리에서 기를 펴고 사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그렇지만, 우리는 누구나 정의를 원하지만 모두가 정의롭지는 못하다. 우리는 누구나 법과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라지만, 그 법과 원칙이 나에게 적용되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이 땅에서 정의는 항상 잘난 사람들의 입에서 놀아난다.

세상 살면서 지금까지 법과 원칙을 우리에게 강요한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람일수록 법과 원칙을 자기 위주로 해석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을 강요했던 권력자가 비리로 구속되면 만인이 보는 앞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잡범의 사소한 범죄는 늘 엄벌에 처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순서가 되기를 기다리면, 어느새 빽과 줄이 동원되어 예사로이 새치기가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법과 원칙을 지키면 오히려 나만 손해라는 피해의식이 내 가슴에, 우리 가슴에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별 죄의식도 없이 죄 짓는 남을 따라하게도 되고. 남도 다 하는데? 하면서.

대통령 후보들은 연일 이 땅에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목청을 돋운다. 법과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정의를 부르짖기 이전에, 법과 원칙을 부르짖기 이전에,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고 따뜻한 음성으로 말해 주기를 당부한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싸움을 일삼는 사회보다, 앞선 자부터 이 땅에 따뜻함의 모범을 보이는 사회가 먼저 되기를 희망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우리가 힘들지만 살아보고 싶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입으로 정의를 부르짖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사람이기에 누구나 허물이 있고, 부족함이 있고, 연약함이 있고, 좋은 것이 있고, 뛰어난 것이 있다. 이것을 우리가 인정하는 것은 우리가 곧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가 아마도 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부족함 투성이인 우리가 내 허물은 덮어둔 채로, 부지런히 남의 연약함을 지적하고, 남의 부족함을 비판하고, 남의 허물을 들춰낸다. 그러한 세상은 다툼이 우선 되는 세상이다.
입으로 정의를 부르짖는 사회보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회였으면 좋겠다.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우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집과 옆집 사이에 돌담 하나가 있었다. 그 돌담에는 늘 호박 덩굴들이 서로 뒤엉켜 있었는데, 어느 것이 누구집 덩굴이고, 어느 것이 누구집 호박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집과 옆집이 호박 때문에 다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필요에 따라 호박을 따서 그것으로 호박죽을 끓이면 담 너머로 나눠주고, 호박전을 부쳐도 담 너머로 나눠주던 따뜻한 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호박을 누가 먼저 따는 것은 두 집 간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먼저 따간 사람이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주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라 믿는다. 호박을 따면 자기 식구들끼리 혼자 먹는 사회가 아니라, 당연히 옆집과 나눠먹을 줄 아는 사회,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회, 그러한 사회가 따뜻한 사회 아닐까.

오늘을 사는 현대인을 ‘화려한 거죽의 밑바닥에 조용한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늘 화려한 것 같지만 마음은 늘 감출 수 없는 절망으로 겉도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정의보다, 법과 원칙보다, 그리고 돈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 내가 그리고 우리가 행복해지는 비결이 아닐까. 늘 따뜻한 마음 나눠주는 고운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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