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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 운동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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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11.02  13: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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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남 순천우체국 집중과장.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이 느껴지더니 어느새 가을의 한 복판으로 와있다. 여름동안 강한 태풍을 두 번이나 견디어 온 들판이지만 곡식들은 완연한 황금물결을 이루고 가을걷이를 준비하고 있다. 가지가 꺾이고 이파리를 한 움쿰 날려 보내 벌거숭이가 된 감나무들도 아픈 상처를 감춘 채 탐스러운 열매를 맺어 놓았다. 여느 해 보다 가을로 가는 길목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을은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다.

이 풍요로운 계절 속에 열리는 행사가 있다. 전남지방우정청에서 주최하고 지자체와 교육기관에서 후원한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 운동’이 그것이다. 속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사랑의 공간인 편지쓰기를 통하여 감수성 있는 소통문화를 정착하고, 범시민의 참여를 유도하여 문화와 창조를 지향하는 이 지역 사회 발전에 우체국이 힘이 되고자 하여 시작된 행사이다.

이번 편지쓰기 행사는 예전의 그것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지난 모든 편지쓰기 대회가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글쓰기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실제 편지를 주고받는 행사인 것이다. 편지글 내용의 우수성 여부는 이번 행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대상이 누구든 그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꺼내 편지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편지봉투 상단에 사랑의 하트 표시를 하고 우표를 붙여 편지를 발송하면 되는 만큼 참여 방법도 간단하다.

언제쯤 편지를 써 보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막막하다. 마지막으로 쓴 편지가 아무래도 군대시절 위문편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편지를 써 본 것이 까마득한 일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그만큼 바쁜 세상에 익숙해져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지쓰기 행사는 아주 특별한 기회로 여겨진다. 행사주간인 10월 22일부터 11월 10일까지 주 5일씩 15일간 15통의 편지를 써서 보내기로 했다. 먼저 대상을 생각해 본다. 아내와 아이들, 친구 몇 명, 직장 동료 및 선배, 그리고....... 편지 쓸 대상을 헤아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첫 번째 편지를 직장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상사였던 분에게 보냈다. 군대를 막 재대하고 입사한, 좌충우돌 엉터리 새내기를 따뜻하게 감싸 주시던 그분께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꺼내 본다.

“존경하는 국장님! 요즘 들어 부쩍 일교차가 심합니다. 이렇게 환절기가 시작되는 때 일수록 건강을 더 챙겨야 한다고 합니다.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이른 시간의 운동은 해롭다고들 하네요......(중략)......국장님 생각나세요? 매번 운동 삼아 같이 오르던 고산사 길의 풍경들을요. 그 길을 걸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지요. 간혹 국장님이 아버지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항상 너그러우셨지요. 지금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대해주고 싶은데 저는 아무래도 자격 미달인가 봐요.(이하생략)......”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로 시작되는 유행가를 한번쯤 흥얼거리는 계절이다. 이 계절이 특별히 편지쓰기에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행복을 주고받기를 바란다. 요즘 시대에 편지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기쁨일 것이다. 편지를 쓰면서 실로 오랜만에 가슴이 쿵쾅거림을 맛본다. 편지를 받은 사람이 답장을 쓰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그래서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00만에 이르기를 기대한다. 어느 곳에서도 시도해 보지 않은, 어느 곳에서나 시도할 수 없는, 예향남도만이 할 수 있는 이 특별한 행사에 편지글 이상의 더 많은 의미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자! 지금 당장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열어보자. 아주 특별한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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