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떨림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박람회가 끝난 지 어느 덧 4개월이 지났다. 박람회장은 폐막 이후 지금껏 적막강산이다.

현재 박람회장은 전시시설 가운데 주제관·국제관·한국관 등 6개 동은 남기고, 기업관·지자체관 등 14개 동은 이미 철거를 완료했다.

이곳에 겨울바람이 분다. 을씨년스럽다. 이곳이 불과 4개월 전에 세계인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던 바로 그 장소라고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다. 시민들은 이곳을 걷고 싶은데 이제는 갈 수가 없다.

폐막이후 이곳은 민간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수의 것이면서도 여수의 것이 아닌 것이 된지 오래다.

국토해양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박람회장 사후활용 개발사업 제안공모’는 결국 불발로 끝났다. 지난달 마감한 사업자 공모에는 소규모 업체 1곳만이 부분 입찰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어려운 경기여파라고 하지만 그 모습이 몹시도 초라하게 됐다.

그래서 내년 3월에, 박람회장 부지와 시설을 분할매각, 분할상환, 시설 임대 등의 조건으로 더 완화해 재공모할 계획이다. 어찌 되었든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매각할 박람회장의 부지가격으로 1800여억원을 책정했다. 그리고 빅오·엑스포디지털갤러리·스카이타워 등 시설비로 3500여억원을 책정했다. 총 5300여억원이다. 그런데 경쟁력 있는 기업 누구도 여기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쉬웠다. 지난 몇 년 동안 박람회를 준비하면서도 그랬고, 박람회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그랬다. 늘 아쉬웠다. 박람회 기간 동안 시민들이 자주 느꼈던 생각이지만, 박람회 시설의 전반적 운영이 시민들의 생각과 늘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다. 잔칫상을 차려놓고 식구들끼리 싸움하는 모양새로 비춰질까 그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여수의 생각을 늘 무시했다.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내년 1월에 새로이 출범할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라고 다를까.

그래서 두렵다. 이 재단을 이끌고 갈 이사장이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또 다시 자신들 맘대로 계획하고, 재단하고, 운영하고, 매각할까 그것이 두렵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새로 임명될 이사장은 생각이 열려있고, 젊고 참신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 시민들은 저 박람회장에서 거창하고 대단한 그 무엇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시민들과 함께하는 자부심 같은 공간으로 남아 주기를 바랄 뿐이다.

누가 알았겠나. 천문학적인 돈을 이곳에 쏟아 붓고 겨우 3개월 운영하고 이렇게 허덕일 줄 누가 알았겠나. 시민의 입장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하는 까닭이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여수시와 조직위는 늘 물과 기름처럼 겉돌았다. 치고받는 링에만 오르지 않았을 뿐이지 보이지 않는 뒷골목에서는 늘 불협화음이 오고갔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은 늘 정보에 어두웠다. 어느 날 갑자기 이렇다고 하면 이런 줄 알았고, 저런다고 하면 저런 줄 알았다. 새로운 재단 이사장이 오면 그러면 안 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여수시에 여수시민에게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고, 당부할 것이 있으면 당부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가야 한다.

과거처럼 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배척한다든지 시민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이제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재단 이사장이 제대로 된 사람이 와야 하는 까닭이다. 그리고 철거할 시설들을 모두 철거했으면 이제는 시민들에게 다시 개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군사시설도 아닌데 개방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곳을 움켜쥐고 지키려고만 하지 말고 활짝 열어야 한다. 이곳에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게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려야 한다. 필요하면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해줄 수도 있다. 필요하면 시민들이 청소를 해줄 수도 있고, 필요하면 시민들이 방법을 돌아 줄 수도 있다. 시설은 놔두더라도 공간은 개방하라는 뜻이다.

다행히 국토부는 빅오(BiG-O)와 디지털갤러리, 스카이타워 등을 내년 4월 20일 개막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재개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지금부터라도 둘이 아닌 하나가 되어 다시 시작하시기 바란다. 이러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을 때, 우리의 박람회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가 아닌 아름다운 이야기로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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