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참 춥다. 좀처럼 얼지 않던 우리 집 수도가 얼었다. 마당 한 켠에 쌓인 눈은 내린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하얀 도화지처럼 펼쳐져 있다. 올 겨울 참 춥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올해도 매화는 필게다. 혹독한 추위에도 봄은 올게다. 그런데 어디 상처 없이 피는 꽃이 있던가. 아프면 아픈 만큼 꽃은 더 아름다울 게다.

지난해 자료를 보니 작년 1월 21일 오후 3시에 섬진강변에 첫 매화가 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올해가 작년 같으면 이제 매화가 필 날도 사흘 밖에 남지 않았다.

20일 대한이 지나면 봄기운이 완연할 게다. 2월 4일은 입춘이고 2월 10일이 설날이다. 그러면 정말 봄이 올게다. 그러면 강변에 파란 봄빛이 내려 물오른 연두색 버드나무 가지가 강바람에 흔들릴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겨울이었다. 우리 여수에는 공무원의 80억 비리에 이어 경찰공무원의 우체국 금고털이까지 발생했다.

세상에나. 애쓰고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모래성이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눈 들어 하늘을 보니 아! 푸른 바다 위로 물새 한 마리, 외로운 날갯짓을 하며 몸을 떨고 있다.

새봄에는 이 모든 것을 털어낼 수 있을까. 곧 매화꽃 하얗게 피는 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오겠지만, 그 봄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무게로 오는 것은 아닐 게다. 너무나 추워서 간절히 봄을 기다려준 사람에게 더 빨리 더 크게 다가올게다.

매화꽃 피는 올 봄은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처음처럼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딛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봄은 활기다. 겨우내 움츠렸던 것들이 모두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는 계절이다. 우리 도시도 새봄을 맞이하여 그랬으면 좋겠다. 여기저기서 으싸 으싸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활기찬 목소리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올 봄에는 먼 산 아지랑이 피어나듯 우리 마음속에 새록새록 따스함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하늘에 구름이 떠돌 듯 우리 마음속에 희망이란 것이 용솟음쳤으면 좋겠다.

산에 들에 꽃이 피고 잎이 되살아나듯 얼어붙고 좌절하고, 그래서 위축된 우리들 마음속에도 생기가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매화가 피었다고 모두에게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자연의 봄이 우리의 마음과 합일되었을 때, 정녕 인간에게도 봄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 곧 매화가 핀다. 매화가 피고나면 산에 들에 온갖 꽃들이 피어나게 될게다. 그런데 얼음처럼 녹지 않고 꽃처럼 피지 못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이 봄을 맞이해서야 되겠는가.

그러한 마음으로 이 봄을 맞이한다면 이 봄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시절은 봄이되 우리 마음은 여전히 겨울인 것을.

봄은 난관을 극복하는 또 다른 희망이다. 옛날 페르시아 왕이 신하들에게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하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신하들이 토론한 끝에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는데, 왕은 반지에 새겨진 글귀를 읽고는 크게 만족해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불행과 재앙이 우리에게 쏟아져도 희망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판도라상자처럼, 우리가 희망을 품고 있어야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봄기운이 조금 더 완연하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도 무럭무럭 희망이라는 것이 자랐으면 좋겠다. 그 가슴에 설렘이 자라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언의 의욕도 자랐으면 좋겠다.

나뭇가지에 분홍으로 매달려있는 매화 꽃봉오리가 울음을 터트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시대의 어둠에 맞선 김광석의 노래 ‘일어나’를 전한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 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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