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웰빙으로 돈의 흐름이 쏠렸지만 지금은 힐링이 경제의 대세인 듯합니다. 힐링은 방송뿐만 아니라, 출판과 관광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공공분야에서도 ‘힐링행정’을 들고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힐링은 ‘치유하다’라는 뜻의 힐(heal)을 동명사화 한 단어입니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한 방송사의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우리를 한 번 되돌아보겠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아가면서도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살지만 내색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 그래서 우리의 영혼에도 굳은살이 박여서 상처를 받고도 상처를 안 받는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누구라고 예외가 있겠습니까. 모두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우리입니다.

힐링은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우리 도시가 여기에 눈을 떴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은 대규모 시설에서 즐겁게 놀기보다는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을 챙기는 쪽으로 관광과 휴식의 트렌드가 바뀌는 추세입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 여수보다 더 좋은 도시가 어디 있겠습니까?

바다를 끼고 걷는 아름다운 둘레길이 있고, 고개만 돌리면 어디서든 거기에 바다가 있고, 365개의 섬이 있고, 3개의 골프장이 있고, 대규모 숙박시설이 있고, 비행장 가깝고, KTX가 들어오고, 사시사철 낚시가 가능하고…….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

저렴하고 맛있는 먹을거리가 널려있고, 4월에 재 오픈할 박람회장이 있고, 아침이면 희망을 가득 담은 일출이 떠오르고, 저녁이면 소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석양이 있고, 밤이면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있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착한 시민들이 있고……. 부족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래서 5천만 국민들이 어느 날 ‘이번 주에는 어디로 갈까?’ ‘이번 휴가는 어디로 갈까?’하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우리 여수였으면 좋겠습니다. 왜냐면 여수는 누구라도 힐링이 가능한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일출, 바다, 바람, 물새, 항구, 다리, 일몰, 섬, 꽃, 숲, 달, 별, 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섬을 사이에 두고, 그 안에 날마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우리들의 노력이 있으면 이 땅은 얼마든지 힐링이 가능한 축복받은 도시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름다운 이야기가 모이면 훌륭한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또 그 역사는 다시 전통으로 이어지고 그 전통은 비로소 도시의 문화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까? 이 땅에서 목소리 꽤나 높이고 사는 도시의 리더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대목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작은 아픔들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아픔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도 아프고 너도 아픈 세상에, 내가 아프다고 목소리만 키울 것이 아니라, 우리 도시가 이러한 마음을 서로 어루만지며 따뜻하게 치유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잡초 무성한 잡목 숲을 베어내고 그곳에 편백나무를 심고, 버려진 들판에 아름다운 야생화 꽃씨를 심고, 산에 들에 나무를 심고 꽃씨를 심는 그 마음으로 우리 마음에 ‘섬김’의 씨앗도 같이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이 땅에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저는 저의 자리에서 님은 님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노력들이 필요하겠지요. 스위스의 베른이나 루체른, 취리히 같은 도시가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봄이 되면 이 도시의 시민들은 일제히 창가와 대문 밖에 예쁜 화분들을 내놓습니다. 모든 가정이 내놓다보니 마을 전체가 꽃밭이 됩니다. 내 집 안에서만 즐기는 꽃은 나 혼자의 것이지만, 그 꽃을 창문 밖으로 내놓으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다시 이웃에 대한 배려가 되고,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됩니다.

이 도시들처럼 시민 스스로 실천하는 노력이 없었다면 이 도시들이 지금처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될 수는 있었겠습니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우리 도시에 도입하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매일 밤 몰래 내다버리는 쓰레기처럼 집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 몫이 아닌, 시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는 강하기 때문입니다.

힐링은 마음가짐입니다. 가지런한 마음가짐입니다. 창가에 화분을 놓아두는 것처럼 작은 생각을 나부터 실천해 나간다면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발칙한 상상들이 하나 둘씩, 아름다운 현실로 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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