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학력의 시대?

황제펭귄의 자식사랑은 유별나다. 키 1.2m, 몸무게 50kg의 황제펭귄은 남극의 얼음 위에서 짝짓기를 한 후 암컷이 알을 낳아 수컷에 넘겨준다. 혹한에 알이 얼음에 닿으면 금방 얼어붙기에 수컷은 알을 발위로 조심스레 받아 자신의 배로 덮어 부화시킨다. 알을 낳아 넘겨준 암컷이 바다를 향해 100km가 넘는 먼 길을 뒤뚱거리며 갔다 오는 동안 수컷은 두 달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굶주린다. 알을 품은 아빠 펭귄들은 서로의 체온을 의지해가며 영하 50도의 추위와 시속 100km가 넘는 눈보라를 견뎌내야 한다. 새끼에게 줄 먹이를 뱃속에 가득 채워 암컷이 돌아오면 이제 수컷이 행군할 차례다. 이런 식의 반복으로 황제펭귄 부부는 연간 230일 가량을 오직 자식 하나를 위해 극한의 어려움을 무릅쓴다.

대한민국 부모들도 사실 황제펭귄 못잖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대학입시 설명회장은 학부모들로 자리다툼의 각축장이 된다. 입시전략을 설명하는 학원 강사의 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금과옥조처럼 받아 적는다. 대학입시가 초․중등교육을 왜곡시키고, 대학을 향한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질주가 고장 난 브레이크처럼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건만,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남을 의식하는 문화가 유난스럽다. 요즘 서울 강남에서는 과시적 육아 경쟁이 영유아 사교육에서부터 요란하다. 영어유치원의 경우 교육비와 교재를 합쳐 월 100만원 내외, 5세 이하 유아들이 다니는 다른 놀이학교는 영어와 발레, 수학과 요리 등을 가르치는 ‘리더십 수업’을 내세워 월 130만원의 수업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내 아이만은 최고로 해주고 싶은 ‘벤츠유모차’ 심리가 사치성 사교육의 악순환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뿐인가.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외국 국적을 취득한 학부모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한다. 재벌그룹 가족, 변호사, 병원장 등 사회지도층과 부유층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일류대학의 진학 여부가 자식농사의 성패로 여기는 우리의 현실에서 부모들은 비장의 정보를 활용하여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한 ‘메니저’로 전락하고 있는 듯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실상이 국민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의 교육열이란 대학입시에 대한 열기가 아닌가.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교육열의 알파요, 오메가다. 지나친 교육열은 사교육을 불러오고, 높은 학업성취도는 학생들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OECD 국가 중 학생 자살률 1위로 내몰고 있다. 나아가 절망과 좌절의 고학력 청년실업으로 이어지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 세계 1위다. 국민소득이 6만 불로 우리의 3배인 선진 강국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 20%와 비교하면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이라는 간판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문제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에 따른 폐단일 것이다. 우리나라 박사학위 소지자 4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일수록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학력에 따른 소득 격차가 크지 않으니 당연이 진학률이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높은 대학진학률은 그만큼 사회적 차별과 소득 격차가 크다는 현실 반영이 아닐까 싶다. 불황과 빈곤에 빠진 브라질을 경제대국 8위로 성장시킨 룰라대통령은 초등학교 중퇴였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행복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는 사교육비와 초․중․고교에서의 입시위주 파행교육은 과잉 학력시대의 부산물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성교육, 창의성교육, 진로교육, 교육 강국을 아무리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이야 말로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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