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대표 관광지, 이제는 보전(保全)과 관리로 전환해야
4월 13일, 금오도 비렁길을 위한 재능기부의 날 행사 제안

▲ 정태균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연구부장.
“인자 고만 좀 왔으면 좋겄소, 아주 징해불그만.”

금오도는 지쳐있고, 금오도 사람들도 이제는 웃음기 사라진 볼멘소리와 한숨이 먼저다. 사람의 발길이 그리웠지만 많은 건 싫다. 돈벌이도 좀 되려나 했는데 몇몇만 재미 본단다. 들락날락 분주하게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휑하니 썰물처럼 빠져버린다. 사람들이 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흔적이 추하게 남아있다. 같이 살자고 만들었는데 우리는 점점 주름이 늘어난다. 예단은 했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금오도의 봄은 금세 겨울이 될 것 같다.

“여수의 대표 관광지가 되어 효자 제대로 하려나 했더니만”

1885년 금오도에 입도가 정식으로 허락되기 전까지 조선왕실을 위한 황장봉산이었고,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아껴만 놨던 금오도에 비렁길은 가히 혁명이었다.

지난 2010년 말, 비렁길 생태탐방로가 개설된 이후 1,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금오도에는 해마다 30만명, 주말 최대 4,000여명의 탐방객이 형형색색 단장을 하고 성찬을 준비해 대형버스를 배에 싣고 몰려들고 있다. 대통령도 여름 휴양지로 추천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지원에 지자체도 특별한 관광 상품으로 열심히 포장중이다. 왔다만 가면 다들 극찬이니 상전벽해를 실감한다.

▲ 여수시 남면 금오도 비렁길.
“살고 있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오는 사람도 즐겁제!”

함구미마을에서 시작해 장지마을까지 총 18.5㎞의 5개 코스에 탐방객이 북적북적하다. 빼어난 해안경관과 다양한 식생, 풍부한 이야기와 역사가 길 위에 있다. 다채로운 풍경을 지닌 마을과 해맑은 섬사람들 또한 외지인의 눈에 모든 게 즐겁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소통의 옛길이 외지인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로드가 되었다. 탐방객을 위한 배려도 분주했다. 안내소, 화장실에 탐방로 지도와 홍보책자가 넘쳐난다. 온라인은 더 떠들썩하고, 실록이 좋은 5월에는 한바탕 축제도 벌인단다. 또한, 기존 여수와 돌산 신기에서 오는 항로에 백야도에서 오는 배편까지 개설되었다. 버스도 1대 더 늘었고, 택시도 새 단장을 했다. 식당들은 앞 다투어 수족관을 놓고, 길목 좋은 자리에는 막걸리 한 사발과 방풍전에 목을 축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다리가 놓은 이웃 섬 안도에도 곧 비렁길이 이어지고, 건너편 동네 연도에도, 개도에도 비렁길 준비가 한창이다. 경치 좋은 자리에는 펜션도 들어설 테고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거대자본의 움직임도 밀려들 태세다.

하지만 1,500여명의 현재 금오도 주민과 미래의 주민들이 걱정된다. 이대로 그들을 위한 섬이어야 하는가? 조선왕실 황장목과 사슴을 진상했고, 이제는 누구나에게 남녘바다의 시원한 경관에서 쉼과 여유를 아낌없이 제공해야만 하는 운명의 섬이 되어버린 듯하다.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 여물기도 전에 채워져 버렸다. 지금부터라도 비워내고 그릇을 옹골차게 다시 만들어야 한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오는 4월 13일에 “금오도 비렁길을 위한 재능기부의 날”을 제안한다. 지친 금오도 비렁길과 섬사람들을 위해 비렁길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전문산악인들은 자일을 타고 내려가 절벽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로 했다. 스킨스쿠버 동호인들은 해안과 수중 청소, 책임여행을 실천하는 탐방객들은 섬마을 해설사와 함께 클린 탐방을 한다. 금오도에 있는 여남고등학교 학생들은 예전 두포마을 불무골에서 나무를 짊어지고 나를 때 부르던 목도소리를 탐방객들과 함께 재현하고, 전통 타악 명인들은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고유제와 길굿 그리고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신명나는 풍물잔치를 벌인다. 마을주민은 집집마다 토속음식을 마련하여 자랑대회를 하고 재능기부에 참가한 고마운 분들과 음식을 나눈다.

또한 비렁길 탐방로에서 벗어나있는 반대편 마을들에서는 친환경 해양레포츠 행사들이 시범적으로 진행된다. 마라톤과 자전거 동호인들은 해안도로를 따라 산벚꽃 마라톤과 자전거를 타고 금오도와 안도를 지키는 캠페인을 펼친다. 카약 동호인들도 안도 두멍안(안도항)에서 카약시범을 보인다. 남면사무소 공무원들은 행정지원을, 기업에서는 참가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쾌척하고, 해운사에서는 별도의 배편을 제공한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가진 능력과 취미를 금오도와 안도를 위해 봉사하는 재능기부행사다. 혹시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라. 열사람이 한걸음씩 천천히 가고자 하는 길에 기꺼이 어깨 걸고 갈 준비가 되어있다면 넓은 품으로 금오도와 안도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 여수시 남면 금오도 비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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