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련 여수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유행을 선도하는 미국 ‘뉴요커’들의 최근 음식 트랜드(trend)는 로컬(locar)이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organic)농산물을 넘어 얼마나 가까이서 직접 재배한 과일과 채소, 소고기, 돼지고기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이런 로컬푸드(locar food)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저탄소 배출운동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로컬푸드는 ‘지역식품’ 또는 ‘지역농산물’이란 뜻으로 이해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운송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가급적 농산물(식품)을 생산지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역 농산물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50km 이내의 거리, 미국은 250km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라 정의하고 있지만 거리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우리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선조들은 이미 이런 로컬푸드를 실천하고 있었는데 약초를 이용할 때 ① 토종이어야 한다. ② 오래된 것이어야 효능이 좋다.(50~100년) ③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④ 자연산 즉 인공재배가 아니어야 한다.라는 원칙을 적용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곳과 환경이 가장 비슷한 토종이어야 약효가 좋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량자급률(2011)은 22.6%이며, 육식이 증가하면서 사료 역시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어 옥수수, 콩 등 사료용 곡물은 2%대에 불과하다. 먹을거리 수입 없이는 현실적으로 자급이 불가능하고 정체를 알 수 없게 가공된 식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또 칠레산 포도는 약 20,480, 미국산 오렌지는 9,604km를 달려와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먼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과일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장거리 이동 농산물은 기업, 운송, 도매, 소매업자 등 중간 행위자들의 개입이 많다.

이런 이유로 생산자인 농업인 소득은 줄고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올라간다. 신선한 식품재료로 식단을 꾸미고 중간 상인 없이 곧바로 소비자를 만나 적정한 가격 형성으로 서로의 이익을 챙기자는 운동인 것이다.

소비자의 의식을 설문조사 해보면 ①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 ② 우리가족이 먹는 농산물은 누가, 어떻게 생산했을까? ③ 농민의 어려움 해결과 동시 안전한 농산물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 ‘로컬푸드 운동’(local food move ment)이다. 즉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거리를 최대한 줄여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하고 생산자의 생산 활동을 파악해 안전성을 확인, 최단거리에 농식품을 수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운동, 즉 환경적 부담을 경감시키며, 생산자와 소비자 거리 단축에 의한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단순한 지역 먹거리 운동이 아니라 환경과 지역생태계 보전,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 지역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 공동체의식과 사회적 비용 경감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로컬푸드 운동을 펴는 여러 사례들이 있다. 즉 생활협동조합, 농산물 직거래, 농민장터, 지역급식(학교급식) 운동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면 원주의 새벽시장이나 기장의 도로변 직거래 장터, 생산자가 계약한 소비자에게 1주나 격주로 유정란, 두부, 콩나물 등 주부식을 보내 주는 ‘꾸러미밥상’, 지역 생산 농산물을 가공하는 공장, 학교의 단체급식 등이 대표적인 로컬푸드 운동 사례로서 광주 운암동에서는 ‘행복한 애벌레’라는 로컬푸드 매장을 최초로 열기도 했다. 로컬푸드 운동을 가장 선도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곳이 완주군인데 여기서는 무인 판매 로컬푸드 매장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을 정도이다.

여수농협에서 선경아파트 주변에 16억을 들여 로컬푸드 매장을 개설할 준비를 하고 있으나 늦은 감이 있고,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여수의 농산물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할 것이다.

로컬푸드운동은 농촌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우선 공공기관, 학교, 가정 등의 빈터나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채소를 재배할 수 있고,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베란다 텃밭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활동을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 이라고 불리거나 ‘녹색도시(Green City)라고 불리고 있다. ’도시농업‘은 다음호에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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