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일치과 김정웅 원장 -


엊그제 싸라기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나름의 한파가 잠깐 기웃거린다. 겨우 이정도의 추위를 몰고 왔는데도 옷깃을 여미는 남도의 사람들을 보면서 동장군도 시시해서 관심을 거두었는지 겨울치곤 따뜻한 날들이 이어진다. 이런 날들이 올 겨울 내내 이어졌으면 하면서도 함박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겨울풍경 또한 한 번쯤 기다려진다면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

얼마 전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녀석의 기말고사 시험이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놀지 못하고 열심히 문제집을 풀고 있는 녀석이 애처롭게 보여서 ‘아빠가 이번엔 100점 받아오면 선물을 사 주마’ 하고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그런데 이 녀석이 ‘아빠! 시험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중요한 거잖아’한다.

단순히 좋아할 줄로만 알았던 아들 녀석이 던지는 답변에 부모로서 내심 부끄러웠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땐 지금 아이들처럼 이렇게 공부에 매달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만일 아버지가 시험을 잘 본 대가로 선물약속이라도 하신다면 이것저것 재지도 않고 좋아할 게 당연하리라는 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했던 제안이 어린 아들로부터 무참히 거절당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녀석이 ‘ 아빠가 사주고 싶다면 사줘도 좋고요’ 하며 슬쩍 아이다운 미소로 얼버무리기에 조금이나마 체면이 섰다.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협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지간에도 따지고 보면 수많은 협상의 연속들로 우리들의 삶이 채워지고 있지 않나 싶다. 물건을 사면서 흥정하는 것도 협상이고 단순히 버스를 타면서 지불하는 요금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지불하는 진료비도 무언의 협상에 수긍하는 행동일 것이다.

협상은 어떤 사항과 관련된 두 주체이상이 각각의 이익을 고려하여 최대한 본인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고 노력하는 토론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협상을 논할 때 정치를 빼 놓는다면 섭섭할 거다. 요즘 국회나 각 지자체 의회에서는 각종 내년 예산안을 놓고 심의가 아닌 당리당략에 따른 협상의 모습들이 매스컴에 연일 비춰진다.

물론 해당 지역구의 발전을 위한 예산이나 공약의 실천을 위한 예산의 확보를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들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약이나 당리와는 무관한 힘없고 소외받는 계층들을 위한 예산확보에는 국가예산의 부족함을 이유로 여야모두 적정선에서 너무도 쉽게 협상을 해버리지 않나하는 섭섭함이 남는다.

혹 협상테이블에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주체가 제대로 끼지 못하는 이유로 이런 협상들이 이루어지지 않나하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다. 협상의 전략을 다룬 책들을 보면 상대를 제대로 파악한 후 협상전략을 수립하라는 게 대개의 요지다.

협상의 대가라고 말할 수 있는 정치를 하시는 분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당리에 얽힌 협상에서 쉽게 악수를 하며 나오기 어려울 게다. 연말이면 여러 자선단체에서 모금행사를 하고 매스컴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국민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세금내기에도 바쁜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온정만으로 연말연시에 소외계층을 잠시 둘러보는 건 없는 것 보다 나으나 근본 대책이 아니다. 당리에 얽힌 예산의 확보를 위해 협상이 결렬되는 모습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예산확대를 위해서도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리를 떠나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보살피기위해 필요한 예산확보를 위해서 여야가 경쟁하듯 예산확대를 요구하는 모습이 그렇게 이루어지기 힘든 꿈만은 아닐 듯싶다. 소외계층을 제대로 파악한 후 협상에 임하는 협상의 법칙이 제대로 지켜지기를 바랄 뿐이다.

아들 녀석이 100점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흐뭇하다. 그 녀석 말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대견한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번 주는 아들 녀석 선물 하나 골라야겠다. 주위사람들과는 협상의 법칙쯤은 무시하고 내어주는 양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제대로 된 협상은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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