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윤숙 안방경제연구소장

▲ 송윤숙 안방경제연구소장.
최근 재계 중견그룹인 동양그룹의 부도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Corporate Paper)에 투자한 5만여 명의 개인투자자들은 연일 원금을 보장해달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투자자의 99%가 일반개인이며 이중 60~70대 은퇴자인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가장 크다고 한다. 부부가 평생을 아껴 모은 저축, 당장 이사할 자금, 남편의 은퇴자금이나 사망 보험금에 이르기까지, 피 땀 흘려 모은 돈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있는 투자자들의 사연이 너무나 안타깝다.

몇 년 전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 문제가 되었던 후순위 채권과 이번 사건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금융상품은 경제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이 거래하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품들은 0.1% 수익에도 민감한 고수들이 철저한 분석을 거쳐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다. 경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었다면 예금이자 3%시대에 7~8%나 되는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상품이 과연 안전한지 한번쯤 고민을 해봤어야 했다.

금융사 직원들은 고객보다는 그들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반개인들에게 물불을 안 가리고 판매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동양그룹사태는 경제와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원금보장이 없는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투기를 한 셈이 되었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로 자신의 재산을 잃게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불완전 판매에 대한 법적인 판결이 날 때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투자와 투기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다. 둘 다 미래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떠한 것에 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투자는 긍정적인 것으로, 투기는 부정적인 의미로 인식된다. 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벤자민 그래이엄(Benjamin Graham, 1894~1976)은 철저하게 투자대상을 미리 분석하고 안전하게 원금을 지키면서 적정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투자이고, 그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 즉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상품 등에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투기라고 하였다. 이 정의에 따르더라도 투자와 투기는 애매모호하여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석도 각기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를 투자라고 하지 투기라고는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표현이 적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투기를 하며 투기는 왜 실패를 불러오는가? 투기의 원인은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떤 것이 안전한 금융상품인 지를 모르고, 과도한 욕심이나 조급한 마음으로 부화뇌동하여 “묻지마 식”의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른 투자를 하려면 경제와 금융지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은 수익은 높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상 고수익 고위험 (high return-high risk)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고수익상품의 가입을 권유받았을 때는 객관적인 여러 금융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투자가들도 연 7%이상의 투자수익률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의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투자 원칙은 원금손실 없이 물가상승률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며 수익만 보기보다는 위험을 먼저 살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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