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고 암울한 소식들이 포털 사이트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는 얘기, 헐뜯는 얘기, 욕하는 얘기,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얘기, 무시하는 얘기, 종북 친북 얘기, 악다구니의 얘기들….

그러한 뉴스를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내전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총만 들지 않았지, 서로 죽이자고 달려드는 모습이 이라크 내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지금 내전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에는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무려 2백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쪽 아버지에 의해 저쪽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고, 저쪽 아버지에 의해 이쪽 아버지가 죽임을 당해서 현재 고아만 200만명이라고 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기저기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지만 어른들은 싸움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내전의 원인이 시아파와 수니파 간에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라고 하네요.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국회는 벌써 여러 달 째 개점휴업 중이고, 어느 민간 기업은 우리나라 인공위성을 홍콩에 팔아먹었는데 정부는 그것도 몰랐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정부는 정부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볼수록 가관이고요.

보수와 진보는 왜 그렇게 싸운답니까? 영남과 호남은 또 어떻습니까? 제 친구 하나가 경상도 친구인데요. 저는 그 친구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수진 일이 뭐가 그리도 많다고, 이렇게 서로 못 죽여서 난리랍니까.

언론 역시도 좌우로 갈려서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보도하고, 싸움을 부추기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어느 나라든 좌·우가 있고 여야 간의 대립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경쟁을 통해 민주주의가 발전해 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귀를 닫고 상대방의 절멸을 시도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사회가 성숙한 사회라면 말입니다.

좌와 우를 더 깊이 그리고 더 강하게 썼다가 방금 다 지웠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얘기를 긁어 부스럼 만들 까닭이 없겠다 싶어서요.

어제, 늦은 밤, 근 6개월 만에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기를 통해 약간의 막걸리 냄새가 전해져 왔습니다. 그 친구는 “친구야!” 하더니 “어디 내가 일할 만한 곳 없을까?”하며 일자리를 부탁해 왔습니다.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휴머니스트인 내 친구가 제게 이런 부탁을 하기에는 맨 정신으로 하기는 힘들었겠지요. 그래서 약간의 술을 걸치고 몇 번씩이나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한 다음에 전화를 했겠지요. 그 전화에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오늘은 밤 8시가 넘었는데 작업복을 입은 큰 아들이 꽁꽁 언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 새벽에 처음으로 막일을 나간 아들인데, 하루 종일 하수도관을 묻는 공사 일을 했다고 합니다.

오늘이 하필 제일 추운 날이었는데, 진흙이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고, 꽁꽁 얼어서 “다녀왔습니다.”하고 대문을 들어서는데 그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막일을 내보냈는데 저렇게 꽁꽁 얼어서, 코는 딸기코가 되어 가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뭉클하네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아비인가 봅니다.

“할 만 하디?”
“하루 종일 땅 팠어요.”
“어디서 일했는데?”
“오전에는 돌산 군내리에서 일했고, 오후에는 여서동에서 일했어요.”
“내일도 갈 수 있겠냐?”
“가야죠.”
아들은 내일도 아침 6시 50분까지 일터에 나가야 한답니다. 6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겠지요. 내일은 더 춥다고 하는데 아비인 저는 걱정입니다.
아들은 지금 늦은 저녁밥을 먹고 있고, 아들 앞에는 지 엄마가 짠한 표정으로 아들 숟가락에 반찬을 하나씩 올려주고 있습니다. 제 마음보다 지 엄마의 마음이 더 짠했겠지요.
밥을 먹다가 아들이 한 마디 합니다.
“아빠! 삽질 못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정말 열심히 삽질 했어요.”
“그래 뭐든지 열심히 해라.”
“그런데 아빠, 공부는 정말 열심히 해야 되겠어요.”
“......”
그만하면 오늘 일당은 한 것 같습니다.

영화 ‘친구’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하는 대사 말입니다. 지금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서로 싸우고 있다는 정치권을 향해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이제 국민들은 됐으니 그만들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잘 사는 나라에서 이미 끝난 이념 논쟁을 이 사람들은 언제까지 계속 할까요. 이제 그러한 내전을 끝내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금의 내전을 끝내기 위해서는 저기 꼭대기에 있는 몇 사람만 마음을 가다듬어 주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며 살자고, 그동안 미안했다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국민들 생각해서 지금부터 우리가 잘하자고. 그러면 될 것 같은데 그것이 그리도 힘이 드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좌파, 우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좌와 우가 판을 치는 세상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렇게 싸우는 세상보다 열심히 살면 잘 살 것 같은 세상이면 더 좋겠고, 가난한 사람들이 슬픔까지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더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