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윤 여수시 문수동장

▲ 정채윤 여수시 문수동장.
갯가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물가’ 라는 뜻이다. 비렁은 ‘낭떠러지의 험하고 가파른 언덕’이라는 벼랑의 방언이다.

여수는 이러한 갯가와 비렁을 이용한 탐방로를 다 갖추게 됐다. 남면 금오도의 비렁길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관광명소가 되었고, 최근 개장한 돌산의 갯가길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찾아 들고 있다.

본인도 최근 동료들과 갯가길을 다녀왔다. 돌산 회타운에서 거북이 표시를 따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었다. 마상포 마을까지 약 5시간이 소요되었다. 정기 산행코스로 생각하고 사전 탐방 차원에서 걷는 길이었기에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봤다.

첫째는 갯가길이 갖고 있는 장단점이다.
갯가길의 첫머리가 세계4대 미항 여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시작 된다는 것이다. 회타운을 출발해 돌산 공원으로 오르면 케이블카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관광 여수의 맥박이 뛰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돌산공원에서 제2돌산대교 아래를 지나 선박수리공장위 산 입구까지 20분 거리의 들머리는 취락이 형성되어 있어 자연친화적인 정화가 이루어져야 힐링을 위해 찾아온 탐방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질것으로 생각 된다.

▲ 갯가길.

오동도 시누대 숲을 연상케 하는 시누대 숲부터 진목마을까지 15분 거리는 심산유곡에 접어든 것처럼 매우 좋은 기분을 갖게 되었으며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목마을을 뒤로하고 밀등병·범바위를 지나면 용월사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향일암에 버금갈 정도로 해상 조망이 좋은 이곳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먹으면서 ‘카!’ 소리가 나는 음료를 들이키면 이게 바로 웰빙이고 힐링임을 절감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넉넉한 상태에서 다시 발길을 재촉하면 월전포와 안심개를 지나 마상포에 도달하게 되는데, 무슬목까지의 남은 거리는 욕심을 버리고 다음으로 미뤘다.

안심개에서 하동삼거리를 지나 마상포 마을로 들어서기까지는 저지대의 해변을 두세 번 걷게 되는데 만조 시에는 발길이 어려우면 잠시 쉬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걸어 본 갯가길은 굽이굽이 마다 작은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고저의 차가 크지 않고 험한 길도 없어 거친 숨을 몰아쉬지 않고서도 걸을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은 실버세대들이 지인들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즐겨 찾을 수 있는 탐방로로 각광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일반 산행은 목표점을 향해 걸어야 하지만 갯가 길은 작은 산모퉁이를 지나 해변을 만나면 가다가 중지 곧 하면서 갯바위 낚시꾼들의 강태공 풍류를 함께 느낀 후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길 을 갈 수 있다.

   
▲ 갯가길.
두 번째는 비렁길과 갯가길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이다.
먼저 닮은 점은 섬에서 살아오신 사람들의 발자취를 연결해 탐방로를 만들었다는 것이고, 산기슭을 걸으면서 바다를 바라보고 갯내음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조망과 접근성으로써 비렁길은 다도해 해상국립을 갯가 길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바라보면서 걷는 것이다.

또한, 비렁 길은 배를 타고 船行의 즐거움을 먼저 맛본 후 탐방로를 걷는 것이고 갯가길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등 육지교통수단만으로도 쉽게 접근 하여 탐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탐방로 수요에 의한 공급의 문제이다.
갯가 길을 걸어 보면 경사가 심한 곳은 삼으로 만든 새끼줄을 엮어 바닥을 깔았고 위험한 곳은 삼 로프를 걸쳐 놓았다. 자연의 특성을 살리고 친환경 걷기 길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묻어 나옴을 느낄 수 있었다.

갯가 길이 개장됨에 따라 많은 이들이 탐방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수요에 의한 공급논리로 바램이 많은 얘기들을 남길 것이다. 갯가 길 개장이 친환경 힐링 탐방로 개설을 목적으로 이루어 졌음을 먼저 생각한다면, 갯가 길이 사색과 명상을 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우리 여수의 명품탐방로로 개발되고 보존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화장실은 신설보다는 탐방로 중간에 만나는 마을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이용, 해변에 야적된 쓰레기 더미나 떠 밀려온 쓰레기의 수거작업, 탐방객들이 탐방로 구간에 방치된 각종 오물을 가져오는 활동 등이 필요하다.

‘갯가길’을 기관이나 단체가 가꾸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용객이나 시민들이 내 집 정원처럼 아끼고 가꾸어 나가는 정성어린 노력을 기울이고 자원봉사의 손길이 계속 닿는다면 다가오는 갑오년 새해 여수의 관광 히트 상품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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