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후에는 허영만 화백님을 뵈었습니다. 화백님과 함께 저녁 식사와 곁들여 소주 한 잔을 했습니다.

허영만 화백님은 여수출신입니다. 여수의 자랑인 분이지요. 허영만 화백님뿐만 아니라 여수의 자랑인 분들이 많습니다.

세계 사진계의 5대 거장이라 불리는 배병우 사진작가님도 여수 출신이고, 22년 동안 전원일기를 쓴 김정수 작가님도 여수출신입니다. 요즘 재조명 되고 있는 손상기 화백님도 여수 출신입니다.

지금까지 여수는 비교적 남성 도시에 가까웠습니다. 수산업이 발달하고 산업단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여수는 오랫동안 부드러운 이미지보다는 거친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었고, 돈 나올 곳이 많다보니 소비의 도시였고, 그래서 여수에 가면 돈 자랑 하지 말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한 여수가 이제는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세계박람회 이후 여수로 들어오고 나가는 SOC 시설이 보완됐고 숙박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지면서 관광도시로서의 기틀을 다졌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 KTX가 연결됐고, 여수공항이 있고,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가 있고, 365개의 섬이 있고, 풍부한 일조량이 있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도 많고, 언제든지 낚시 가능하고, 해양 레저 가능하고, 고급호텔에서 저렴한 호텔까지 숙박시설도 완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열거하다보면 끝도 없습니다. 너무나 많은 장점을 가진 도시이지요. 그런데 제가 오늘 메일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자연자원도 우리의 귀중한 자산이지만 우리가 가진 인적 자원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기 위함입니다.

허영만 화백님은 ‘식객’으로 너무나 유명한 분입니다. 대한민국에 모르는 분이 없지요. 그래서 그분의 고향인 여수에 ‘식객거리’를 만들자는 제안도 여러 번 했습니다.

남들은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스토리텔링을 하는데 우리는 있는 자산도 제대로 활용 못하냐는 말도 함께 곁들였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경치 좋은 곳에 ‘허영만 공원’을 조성해서 거기에 허 화백님이 그려서 공전의 히트를 친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손오공 모형도 만들고, 저팔계나 사오정의 다양한 모형을 만들고, 그 안에 애니메이션도 상영하면, 전국의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냐는 얘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허 화백님께 여쭤보니 남양주시나 다른 도시에서는 엄청난 제의를 한다고 합니다. ‘식객 거리’를 자신의 도시에 건설할 수 있도록 해달라거나, 그것도 안 되면 ‘허영만 기념관’이라도 건립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고향인 여수에서는 말만 무성하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의가 없답니다. 참으로 답답한 여수시입니다. GS칼텍스가 예울마루 앞에 있는 장도라는 섬에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한 것이 언제 적 얘기인데 정작 본인에게는 어떻게 한다는 얘기도 없다면서 많이 답답해 하셨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세계적인 사진 거장인 배병우 작가님도 여수에 전시관 하나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전시장을 만들면 자신의 작품을 얼마든지 내놓겠다는 약속도 하셨고요. 그런데 여수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말이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은 우리시 관계자가 애가 터지게 이분들을 쫓아다니면서 추진해야 할 사항인데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작가들이 더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여수에 김정수 문학관 하나 만드는 것은 어떻습니까? 거기에서 문학을 얘기하고, 각종 문학 강연도 하고, 작품 발표회도 하고, 전국의 유명 작가 초청도 하고, 작지만 전원일기 세트장도 하나 만들고, 거기에서 전원일기 출연진들도 초청하고, 나아가 거기에서 여수의 문학을 얘기할 수 있으면 어떻겠습니까.

한 해 1조가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여수가 이정도도 못할 만큼 궁색한 도시는 아니질 않습니까.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여수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합니까. 물론 전통적인 지역산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더하여 여수가 가진 무형의 자산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도시의 매력은 도시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뺏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수가 치열한 도시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발상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까닭입니다.

주말이면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단위 여행이 많은 요즘입니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 체험학습도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이지요.

온 가족이 여수를 방문해 여수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식객의 거리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날아라 슈퍼보드 공원에 가서 즐거운 꿈을 꾸고, 김정수 문학관을 방문해 문학을 얘기하고, 배병우 전시관을 방문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면 현재의 가치와 더불어 그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지 않겠습니까.

허영만 화백님도 많이 답답해 하셨지만, 그분들이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여수를 고향으로 둔 사람으로서 가진 것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그것조차도 받지 못하는 우리가 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단발성 행사나 보여주는 행사에는 수억원씩 펑펑쓰는 도시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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