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손님을 만나기 위해 잠시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스카이타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손님을 만날 때, 즐겨 이용하는 커피숍이 바로 스카이타워 꼭대기에 있는 커피숍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개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커피숍이 바로 박람회장의 스카이타워 커피숍이 아닌가 합니다. 검푸른 남해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지요. 아직 가보지 않은 분은 꼭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스카이타워 아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어른 몇 명과 아이들 몇 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점잖게 생기신 어느 분이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그랬더니 영리하게 보이는 남자 아이가 얼른 대답했습니다.
“판사요!”

그러자 점잖은 그분은 다른 아이를 지목하면서 “너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지목을 받은 그 아이는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검사요!” 그 대답을 들은 그 아저씨는 또 다른 아이에게 또 다른 대답을 기대하며 “너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판사도 되고 싶고 검사도 되고 싶었을 것 같은 그 아이는 “의사요!”하고 대답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엘리베이터 안에는 긴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던 그 아저씨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큰 아이를 키울 때 큰 아이에게 자주 이 질문을 했습니다.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 거야?”하고요. 그러면 큰 아이는 대통령이나 과학자나 선생님처럼 어떤 직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될 거예요.”하고 대답했습니다.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대답한 ‘좋은 사람’의 의미 안에는 분명 착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들어있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 대답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아이는 아이의 말처럼 지금도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인 저와 아이 엄마는 아이의 그 ‘착함’이 오히려 걱정이 될 때도 많았습니다.

잠시 한 눈 팔면 코 베어가고 귀 베어가는 세상에서 걸핏하면 남에게 양보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커서 제 것도 못 챙기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너무 여려서 주변의 약삭빠른 사람에게 이용만 당하면서 살게 되지나 않을까, 그것이 염려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가 아이의 바람대로 ‘좋은 사람’으로 쭉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다보면 가끔은 좋다는 이유만으로 상처를 받는 일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그럽고, 솔직하고, 정겹고, 남의 어려움을 잘 이해할 줄 아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판사나 검사나 의사나 국회의원이 훌륭한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판사, 좋은 검사, 좋은 의사, 좋은 국회의원처럼, 좋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직업이 좋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때 판사나 검사나 변호사나 의사가 되라고 세뇌를 시키듯 얘기를 합니다. 그 반면에 누구나가 인정해 주는 좋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좋은 사람보다 돈 많이 벌고 이름을 널리 알리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힘 있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이들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은 판사나 검사나 의사나 국회의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판사, 좋은 검사, 좋은 의사, 좋은 국회의원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남 탓할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당장 저의 마음속에도 ‘좋은 언론인’보다 ‘유명한 언론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 말입니다. ‘좋은 글쟁이’보다 ‘유명한 글쟁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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