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 마재일 기자
제6대 여수시의회 전반기 의정활동이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인됐다. 여수시민협이 2014년 7월 출범한 여수시의회 의원들의 2년 간 의정활동을 조사한 결과 의원 1인당 평균 조례 대표발의(일부 개정 조례 7건 포함) 건수가 1건에 그쳤다. 조례를 한 번도 대표발의하지 않은 의원이 14명, 시정 질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이 10명, 5분 자유발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은 8명이었다. 특히 26명 의원 중 조례 대표발의를 포함해 시정 질의와 5분 자유발언 등 세 가지를 한 건도 하지 않은 의원도 5명에 달했다.

본지가 5대와 6대 여수시의회 전반기 조례 대표발의와 시정 질의, 5분 자유발언 등의 의정활동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재선 삼선 의원 중 5대 의회 때 4년간 조례 대표 발의나 시정 질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도 있다.

이는 의정활동의 기본 중의 기본도 하지 않은 것이다. 시의회의 민낯이다. 4년 임기 내내 조례 대표발의나 시정 질의를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은 지방의원의 기본 책무를 져버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엄연한 직무유기다. 이래서 시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물론 정량적 잣대로 의정활동을 온전히 평가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의원의 본분에 소홀했다는 것은 의원 자질을 의심 받을 만하다. 이런 의원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역의 대표 일꾼을 선출하는데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4년간 조례 대표 발의가 한 건도 없고, 시정 질의를 한 번도 하지 않을 만큼 의정활동에 소홀한 의원들이 다시 시의회에 입성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성실한 입법·정책 활동이 정당 공천을 받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증거다. 일하지 않고도 재선 삼선된 의원들이 6대에서도 과연 의정활동을 제대로 할까 의구심이 든다. 실제 5대에서 불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한 의원들은 6대 전반기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수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부진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한 가지만 언급한다면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의원들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일색이었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고, 재선·삼선도 무난한 마당에 굳이 의정활동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의정활동보다 지역구 국회의원 수발과 크고 작은 동네 행사에 참석해 얼굴 비치기가 더 중요하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지방의회 무용론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5년이 됐지만 그 역할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시민들이 왜 지방의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지 성찰이 필요하다.

의원의 역량과 자질도 문제지만 사실 지방자치제와 기초의회를 망치는 중심에는 국회의원들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시의원의 의정활동에서 구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한때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한솥밥을 먹은 것이다. 사실 시민들은 당최 구분하기 힘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가치를 어느 의원이 더 잘 실현하는지는 관심이 별로 없다.

시민은 시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감시하고 지역 현안에 대해 소신껏 발언하면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을 원한다.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주민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구석구석 살피는 의원을 원한다.

자신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서운해 하고 다음에 안 찍어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주민들이 아직도 있다. 행사에 얼굴만 자주 내밀어주면 조례 제정이나 시정 질의, 5분 자유발언을 굳이 하지 않아도 다음에 또 당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원 본분을 잊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어 봐도 의원이 여론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전달하는 방법은 조례 발의나 시정 질의, 5분 자유발언이다. 특히 의원이라면 적어도 공식 석상, 특히 본회의장에서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시정 질의나 5분 자유발언 등 ‘발언대’ 앞에 서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면서 지역 주요 현안의 문제점 지적과 정책 대안, 시정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부 없인 되레 망신을 당할 수 있다.

물론 조례 제정이나 발언대를 통한 의사진행이 의원 의정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지역 내 현장점검, 지역민들과의 소통이 더 중요한 의정활동일 수 있다. 하지만 발언대는 의원 개개인에게 지역 현안에 대한 관심도와 적극성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의원들에게 전문성과 고도의 정치력 확보는 당연한 일이다. 정치력 배양을 위해 필수조건이다. 지방 행정은 점차 고도화 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의원들의 식견도 당연히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원들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실력을 갖춘 공부하는 의원이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 공부하는 의원이 많아져야 지방자치는 발전한다. 의원들이 올바른 정치 감각을 지니면 올바른 지방자치를 이끌 수 있는 이치다. 여전히 지방자치에 희망을 거는 까닭도 여기 있다.

의회는 시 집행부와 함께 지방자치를 이끄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한 축은 오만과 독선을 행하기 쉬워진다. 그런데 그 축을 의원들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제6대 여수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의원 간 ‘표 매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거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어 감정적인 대결과 감투싸움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였다. 노순기 전 의원은 수산인회관 건립과 관련해 지난달 22일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를 하지 못해 같은 달 30일 최종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더위에 힘들어하는 시민들을 의원들이 더 힘들게 하고 있다.

기초의회가 부활한지 25년이 됐지만 의원들을 바라보는 시민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고, 의회 위상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기초의회는 집권당에서조차도 폐지론이 나올 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데 실제로는 집행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듣고 있다.

기초의회 폐지론이 거론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은 현재의 의원들에게 있다. 공무원의 변화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의원들 스스로가 시대적 변화 요구에 적합한 인물인지, 변화를 위해 공부하는 의원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만 챙기는 소지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제5대 여수시의회는 시정발전 연구회, 스포츠마케팅 활성화 연구회, 실버복지 향상 정책연구회, 원도심 활성화 정책연구회, 조례정비 연구회 등의 모임을 결성해 정책 현안에 대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공부하는 의회를 만드는 노력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6대 시의회도 의원연구단체 모임인 해양관광자원연구회, 향토문화연구회 등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지만 제5대 의회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부도 안 하는데다 의정활동도 낙제점 수준이니 시민 기대치에 부응할리는 만무하다.

2006년 이후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명예직에서 유급제로 전환됐다. 주민들의 기대치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비도 계속 인상돼 왔다. 이제 세비 인상을 운운하기에 앞서 본연의 사명에 대한 자각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일은 안 하면서 놀고먹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지울 수 있는 이들은 의원들뿐이다.

물론 나름 열심히 활동하는 의원들까지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밥값 하는 시의원이 되겠다”던 어느 후보의 약속이 담긴 펼침막 구호가 떠오른다. 여수시의원들은 지금 밥값은 하고 있다는 칭찬을 듣고 있을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시원한 사이다 같은 의원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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