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교육청 “예산 고갈로 지원 어려워”…여수시 “검토 중”
학교 측 “자구책 마련 시간 없이 일방적 중단 결정” 반발
학부모 “지역사회가 보듬어 주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상처”

▲ 여수유스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여수지역 초·중·고등학교 관현악단(오케스트라) 20개 팀 800여 명이 내년부터 예산 지원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해체 위기를 맞으면서 일선 학교 현장에 미칠 후유증이 적잖을 전망이다. 특히,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27일 여수시와 여수시교육지원청(이하 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예산 지원을 받아 운영해오던 관내 초·중 관현악단 19개 팀과 교육청이 창단한 초·중·고 연합 관현악단인 ‘여수유스오케스트라’ 등 20개 관현악단 팀이 내년부터 운영비 지원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여수시와 교육청은 그동안 학교통폐합에 따른 지원금 형식으로 20개 팀에 대해 연간 8억 원(2012~2015년도 교육청 4억, 여수시 4억)에서 올해는 5억600만 원(교육청 2억600만원, 여수시 3억)을 각각 분담 지원해 왔다.

교육청은 지난해 관현악단 팀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해 올해 예산을 2015년 대비 약 40%인 2억9400만 원을 삭감하면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목표로 예산 지원을 강구해 왔다.

하지만 교육청은 학교통폐합에 따른 지원금이 올해까지 5년 동안 한시 지원해 바닥이 난 상태로 각급 학교 관현악단 팀 운영위원의 조언을 듣는 등 다각도로 해법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여수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학교들이 기금이 고갈될 것을 대비해 그동안 자구책으로 학생 수익자 부담 등 자구책을 강구했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당장 지원이 끊기면 일선 학교들의 관현악단 운영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관현악단 교육경비는 교육청 예산과 연계해 지원해 왔는데 교육청이 예산이 없다고 해 난감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관현악단 운영은 애초 교육청이 시작한 것인데 이제와서 예산 지원을 못하겠다며 시에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교육청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장기 운영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교육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도교육청에서는 학교통폐합 기금으로 5년간 한시적으로 지원되는 만큼 그동안 시교육청이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했는데도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수시가 지난 8월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각 학교 학부모들을 상대로 2017년 교육경비 지원정책 수립에 따른 의견수렴 등을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도 관현악단 지원 문제가 수차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관현악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교육청이 컨설팅을 실시해 예산을 40% 가량 삭감해 내년부터는 대략 50% 정도 삭감되는 선에서 지원이 될 것으로만 알았는데 지원이 불가하다고 하니까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다”며 “아직까지 학교장들과 단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도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학교 관현악단 관계자는 “현재 일부 학교는 부족한 예산을 학생들에게 수익자 부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예산 지원이 끊긴다면 오롯이 학생들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관현악단 팀을 해체하는 학교들도 생겨날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게 학생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주를 하는 학생들은 물론 이를 감상하는 학생들도 인성 교육 측면에서 효과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난 주 예울마루에서 열린 전남도 학생예술교육페스티벌에 참가한 다른 학교 관계자들이 여수지역 학생들의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며 깜짝 놀라더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관현악단은 혼자서 하는 음악이 아니다. 다른 연주자들의 소리를 들어야 내 소리를 낼 수 있다. 여럿이 함께 하는 음악을 하면서 공동체 정신과 남을 배려하는 인성을 기르는데 이만한 교육도 없다”며 “학교와 학생들은 오케스트라가 없어지는 것을 절대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관현악단 운영 학교의 한 학부모는 “자녀 2명 모두 관현악단 단원으로 활동 중인데 자녀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접한 이후 음악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학부모는 “내 아이가 관현악단 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혼자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내는 소리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 같아 기특하다”고 했다.

다른 한 학부모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 지역사회가 학생들을 보듬어 주지 못한다면 결국 상처는 이들이 받게 될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 여수유스오케스트라단 공연 모습.

감성예술교육의 산실 학생오케스트라단
여수 홍보대사 역할·시민과 꾸준히 소통

여수지역 초·중·고 학생오케스트라단은 감성예술문화교육의 산실로 꼽힌다. 음악교육으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의 성공 사례를 통해 학생오케스트라의 교육적 의미는 익히 알려져 있다.

여수학생오케스트라단은 예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부터 전통을 이어온 여수서초 윈드오케스트라단과 ‘예술꽃씨앗학교’로 지정돼 2008년부터 시작된 여수북초 윈드오케스트라단, 폐교 위기에서 오케스트라단 하나로 농촌학교 교육의 모델학교로 거듭난 관기초 오케스트라단, 사립학교인 여도초·중 오케스트라단 등은 전국 롤모델이 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100명이 안 되는 소규모 학교에서 전국관악경연대회에 참가해 2014·2015년 2년 연속 은상을 수상한 여수북초 윈드오케스트라단과 2014·2015년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및 대한민국 광복 70주년 기념 한·독 음악교류행사에 참가한 소호초등학교 오케스트라단 등은 여수를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학생오케스트라단이 펼치는 마을공연과 학교단위 소규모 공연은 여수에 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특히 토요문화체험 공연에 2~3개 오케스트라단이 꾸준히 참가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초·중·고 연합오케스트라단인 ‘여수유스오케스트라단’(옛 여수영재오케스트라단)은 매년 앙상블 연주회, 협연, 정기연주회 등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폴포츠 여수공연 때 협연자로 무대에 올라 박수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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