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수 돌산 신기마을 ‘버든안개꽃’ 장정현 대표

그 자체로도 수수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다른 꽃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안개꽃’. 깨끗한 마음, 사랑의 성공이라는 꽃말을 가진 안개꽃은 한창 꽃이 피었을 때 안개가 서린 것처럼 희뿌옇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 동안 다른 꽃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을 하는 품목이었지만 튀지 않는 소소함으로 최근 자연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킨포크(Kinfolk) 스타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주연으로 떠올랐다. 또 인테리어숍, 생활전문매장, 집안 소품, 선물용으로 각광 받고 있는 드라이플라워와 염색화 등에 유용해 화훼 시장 불황에도 꾸준히 판매량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꽃다발을 만들 때 곁들이면 더 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이에 2∼3월 졸업·입학시즌, 어버이날이 있는 5월에 수요가 많다. 물론 7월 이후에도 안개꽃 수요는 꾸준하다. 

▲ 여수 돌산 신기마을 ‘버든안개꽃’ 장정현·백선이 부부. (사진=마재일 기자)

버든안개꽃 품질 ‘전국 최고’

여수 돌산 신기마을에서 20년째 안개꽃을 재배하는 ‘버든안개꽃’ 장정현(57) 대표는 경기도 안성에서 전기·전자 관련 일을 하다 1998년 고향으로 내려와 화훼 농사를 시작했다. 장 대표는 현재 안개꽃만 5289m²(1600평) 재배하는데 돌산지역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꽃의 품질과 하우스 구조 등의 개선을 위해 작목반 활동 등 연구와 교육 받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도, 밥 먹다가도, 화장실 가서도, 밤잠도 아껴가면서 고민을 거듭했다.

현재 버든안개꽃의 품질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전량 서울 서초구 양재화훼공판장에 출하하는데 꽃 재배를 시작한지 3년째부터 십 수 년간 전국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장 대표는 “품질 좋은 꽃과 나쁜 꽃을 철저하게 구분해서 공판장에 보낸다. 신뢰가 쌓이다보니 인정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품종 재배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사실 선도 농가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장 대표는 “안개꽃은 품종이 자주 바뀐다. 그런데 대부분의 농가는 새로운 품종 재배에 적극적이지 않다.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품질이 떨어져도 양으로 승부를 걸었지만 요즘은 양은 다소 줄어도 고품질 꽃을 생산하기 때문에 매출은 비슷하다”며 “도시의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력 없는 지름길은 없고, 정직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간다”며 성실함을 강조했다.

▲ 버든안개꽃농장의 안개꽃. (사진=마재일 기자)

돌산 신기마을의 안개꽃 품질의 우수성은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온난한 기후와 물빠짐이 좋은 땅, 해풍 등의 영향으로 줄기가 굵고 단단해 꽃이 오래간다. 색이 선명한 것도 특징이다. 대단위 화훼단지가 있는 부산, 김해보다 기온이 높아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태풍의 영향도 덜 받아 안개꽃 생산지로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장 대표는 “어떤 작물이든 심으면 심을수록 땅의 질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특히 하우스 재배의 경우 연작 하면 땅의 영양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거름과 곰팡이균을 넣어서 땅을 소독하는 것은 필수다”고 말했다.

주어진 자연의 조건에 사람의 노력과 정성이 합쳐져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땀을 흘린 만큼, 뿌린 만큼 거둔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농업철학을 가슴 깊이 되새기는 한편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

장 대표에게 든든한 조력자이자 안개꽃은 아내다. 백선이(50)씨는 “안개꽃이 다른 꽃과 어울리면서 빛을 내는 것처럼 우리 부부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라며 웃었다.

▲ 버든안개꽃 장정현 대표가 안개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마재일 기자)

“농업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1차산업인 농업에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기술이 적용되면서 ‘스마트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농작물 재배 시설에 IoT를 적용해 온도‧습도‧햇빛‧이산화탄소‧토양 등이 알아서 조절된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PC로 재배 환경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 실내 농장은 날씨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일 년 내내 농작물을 재배, 생산한다. 미세먼지까지 차단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병충해 걱정이 없다.

장 대표는 “계절과 장소에 관계없이 집에서도 LED조명으로 식물재배가 가능해지는 등 농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인들도 이런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여수시와 농협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농업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고 강조했다.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느는 것에 대해서 그는 “농촌 고령화·공동화 문제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민의 텃세로 갈등을 겪다가 역귀농하는 경우도 많다”며 “농인들이 정착하는데 적잖은 시일과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20년 후에는 ‘농업주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계 농업을 위한 ‘젊은 피’ 수혈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청년 등 누구든지 화훼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환영이다. 내가 가진 모든 기술과 노하우를 적극 전수해 줄 것이다”고 귀농을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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