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대규모 화학산단과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이 있는 전남지역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기질을 측정할 수 있는 대기오염 이동측정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강문성 도의원.

강문성 전남도의원 “여수산단, 악취지역 지정·관리해야”

지난 4일 새벽 여수산단에서 5㎞쯤 떨어진 도심에서 악취가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한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여수국가산업단지를 악취관리 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국가산단과 화력발전소, 율촌산단, 제철, 대형조선소 등이 입주한 대불산단 등이 위치해 있고 미세먼지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전남지역에는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이 한 대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전남도가 도민 건강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전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회 강문성(여수2) 의원은 26일 전남도 동부지역본부에 대한 내년도 예산심의에서 여수산단 악취 실시간 모니터링과 대기 환경측정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강 의원은 “이달 초 여수산단 인근에서 발생한 악취로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잠을 설치고 고통과 메스꺼움에 시달렸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취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악취 측정 장비와 분석시스템을 갖춰 악취 배출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산단 내 악취감시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수산단도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와 같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이 절실하며 이를 중앙정부에 건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4일 발생한 여수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에 대해 전남도와 여수시 등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당시 정비 중이던 여수산단의 공장 등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지만 악취가 어디서 나왔는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수산단의 경우 환경부의 유해물질 감시시스템이 있지만 특정 화학물질 배출만 관리할 뿐 악취 발생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여수산단 공장 대부분은 악취 방지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위치.

전남도, 대기질 개선 위한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 0대

전남도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기질을 측정할 수 있는 대기오염 이동측정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은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미세먼지(PM-10, PM-2.5)를 비롯해 아황산가스(SO2),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2), 오존(O3) 등 대기질항목뿐 아니라 납(Pb), 카드뮴(Cd), 크롬(Cr), 망간(Mn), 니켈(Ni) 등 중금속까지 측정할 수 있다.

이동측정차량은 대기오염 측정에 필요한 장비를 갖춰 초등학교나 민원발생 현장 등 소외·취약지역의 대기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알권리 충족과 함께 보다 정확한 대기오염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계절적·기후적인 요인으로 인한 대기오염 변화를 파악·점검할 수 있다.

측정 방법은 이동측정차량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 대기 오염도를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보건환경연구원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이를 분석·정리해 의뢰기관 및 도민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유한국당 홍철호(경기 김포을) 의원이 지난 3월 환경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서울 6대, 한국환경공단 3대, 수도권대기환경청 2대, 경기·부산·대구·인천·울산·충남·경남·제주·국립환경과학원 각 1대 등 모두 20대가 운영되고 있었다.

▲ 도성마을 모습. 회색 지붕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마을 앞에 보이는 여수국가산업단지. (사진=마재일 기자)

도성마을 대기 오염 측정 불발…도, 내년 3억6600만원 편성

석유화학 공장과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여수는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지역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가동 중인 광양국가산단이 있는 광양시도 대기 환경 위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 7월 18일 산업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 주민들이 국립환경과학원에 대기오염측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넉 달 가까이 지난 뒤인 11월 12일 과학원으로부터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 일정이 이미 계획돼 있어 측정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고 허탈감에 빠졌다.

도성마을 주민들은 가축 분뇨 악취와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 주변 산단에서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 때문에 건강권과 환경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수시의회 민덕희(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석유화학공장이 밀집한 여수국가산단과 화력발전소, 제철소, 조선소 등이 위치한 전남에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이 한 대도 없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이어 “국가와 전남도, 여수시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수십 년간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도성마을 주민들의 피해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마을이 한센인 정착촌이 아닌 일반 마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방치했을까”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앞서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7월 23일 여수시와 합동으로 도성마을을 방문해 환경오염 실태에 대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조사를 했다. 마을의 환경오염 실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연구원은 국립환경과학원을 비롯해 전남도, 여수시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1차적으로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에 대기환경 조사를 의뢰해 오염원 추적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강문성 도의원은 지난 22일 보건환경연구원 예산안 심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어 도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성이 예상되므로 전남도가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전남도는 이에 대해 악취·미세먼지 측정과 신속한 정보전달은 물론 효과적인 저감 대책 수립을 위해 내년부터 대기오염측정시스템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답변했다. 도는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 구입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 3억6600만 원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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