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조감도.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조감도.

1조 5000억 원을 들여 여수 경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던 미래에셋이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두고 지역에서 반대 여론이 일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격려와 도움을 달라고 해 귀추가 주목된다. 미래에셋 측은 최근 경도에서 현장 인력을 철수하고 개발 사업을 사실상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여수시의회는 강한 우려와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미래에셋과 지역사회가 상생 발전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미래에셋, 시의회서 “현장 인력 철수…·사업 전면 재검토”
“레지던스 통한 부동산 투기 조장…명백히 잘못된 사항”
“경도 개발 이익 100% 경도와 여수에 재투자” 강조
“민관협의체 구성 비효율적 난색…저희 믿고 맡겨 달라”
“차질 없이 사업 진행되도록 격려와 도움 달라” 호소

여수시의회 “미래에셋 경도개발 잠정중단 강한 유감”
“충분한 설명 없이 사업 중단·포기 시사는 시민 무시”
“미래에셋과 여수시 상생 발전 방향으로 사업 추진”

21일 여수시의회에 따르면 채창선 미래에셋 부동산개발본부장은 전날 오후 2시 여수시의회에서 열린 전체 의원 간담회에서 “최근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마치 저희가 관광시설은 설치하지도 않고 생활숙박시설 등 부동산 투기 등을 하는 모습으로 보도해 회사 내부에서 투자 및 사업 전면 재검토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 본부장은 이어 “전면적인 사업 재검토를 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설계 및 공사를 중단하고 경도 현장은 철수했고 현장 뒷정리만 하고 있다”며 “사업 재검토에 따라 향후 추진 일정은 이 자리에서 단정 지어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조감도.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조감도.

채 본부장은 여수~경도 간 연륙교 건설과 관련해 “1986년에 도시계획도로로 이미 여수시 도시계획에 결정 고시됐다”며 이미 개발 계획에 포함돼 있었던 만큼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레지던스를 통한 부동산 투기 조장 논란에 관해서는 “정부가 생활숙박시설을 주거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건축법 시행령, 시행규칙,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했고 입법예고 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우려하는 주거시설로 사용과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는 법률개정에 따라 일어날 수 없는 사항”이라고 했다.

미래에셋 측은 여수 경도 개발에 총사업비 1조5000억 원 중 현재까지 전남개발공사로부터 부지 매입비 3000억 원과 마스터플랜 수립, 부지조성공사 등에 약 440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채 본부장은 “경도 개발로 생기는 이익은 100% 경도와 여수지역에 재투자하려고 한다”며 “운영시설 초기 3개년 사업성을 분석해 보면 운영수익, 금융비용, 감가상각 등을 고려할 때 3년간 약 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며 “마치 부동산 투기로 수익을 얻는다는 표현은 명백히 잘못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도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 선의의 목적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경도를 세계적 수준의 관광단지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후대에 좋은 자산으로 물려주려 한다”며 “차질 없이 사업이 진행되도록 격려와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채창선 미래에셋 부동산개발본부장이 20일 여수시의회에 출석해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채창선 미래에셋 부동산개발본부장이 20일 여수시의회에 출석해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수시의회 제공)

미래에셋 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여수시의회 의원들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지역의 우려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즉각 사업을 중단한 것은 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갑태 의원은 “지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해명할 것은 우선 해명해야 하는데 무조건 사업을 중단시킨 것은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경도를 아름답게 보존하고 지키는 것도 우리 시민들한테는 아주 소중한 일이다”며 “지역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잘 검토해서 지역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미래에셋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찬기 의원은 “다른 곳도 아닌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시민단체 등이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뒤 “미래에셋에도 좋고 여수시도 발전하는 상생의 방법을 서로 논의하는 좋은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초 위치의 마리나 시설을 폐지한 것과 관련해 채 본부장은 “마리나 시설 부지 위치는 당초 전남개발공사에서 잡았던 것이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수심 측량을 했는데 마리나 위치로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위치를 이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채 본부장은 이어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허가를 해주지만 허가 이전에 여수시에 협의를 다 받고 있다”며 “여수시에서 협의 의견이 부정적으로 나오거나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면 광양청에서도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여수시가 잘못했는지, 미래에셋의 잘못인지, 도의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여수에 살고 있는 시민들과는 공감대 형성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여수 경도 허미티지 럭셔리 호텔 & 골프빌라콘도. 
여수 경도 허미티지 럭셔리 호텔 & 골프빌라콘도. 

김행기 의원은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부분을 먼저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고, 사업 중단 발언은 과한 표현”이라고 했다. 고용진 의원은 “지역의 목소리는 지역민들의 감정”이라며 “미래에셋이 추구하는 사업에 대해서 충분히 지역민들에게 전달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송재향 의원은 “현재 여수의 숙박형 레지던스 영업이 적자인 상황에서 미래에셋이 하는 레지던스 사업과 기존 숙박시설과의 충돌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숙박시설 과잉 문제를 지적했다. 송 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이 미래에셋 집행부하고 충분히 논의가 이뤄져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하진 의원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여수시와 여수시의회, 미래에셋,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과 시의회 내 경도개발 관련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채 본부장은 “민간 사업자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민관협의체 구성에 대해 난색을 나타냈다. 채 본부장은 “민간 기업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빠른 의사결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익혀서 그때그때 맞게 계획을 바꾸면서 사업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전남개발공사에서도 이 사업을 추진했으나 관광시설 사업은 공공이나 의사결정이 느린 조직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사업이다”고 했다. 이어 “저희를 믿고 맡기고 중간 중간 중요 변경 사항이 생기면 이런 자리를 빌어서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의견을 주고받고 그게 더 바람직하고 훨씬 효율적이지, 협의체 구성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 본부장은 “초기 3년 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박현주)회장님의 의지도 있지만 지역에 자손대대로 물려주고 할 수 있는 좋은 리조트를 만들자는 게 우리의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경도 타워형 레지던스.
경도 타워형 레지던스.

29층 레지던스가 경관을 망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발계획을 잡을 때 건축물의 높이를 다 고려한다. 무조건 다 낮은 것만 들어간다고 해서 경관이 좋은 것이 아니다. 높은 게 있으면 낮은 게 있고 스카이라인을 고려해서 경관을 잡지, 무조건 3층 4층으로 낮춘다고 해서 경관이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 5개에 공모를 해서 그 중에 가장 잘한 것을 가지고 3년 동안 수립한 계획이다. 이게 저희가 잡은 계획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스카이라인을 잡아서 계획한 것”이라면서 “단층짜리, 2층 3층이 있는 구역도 있다. 일률적으로 낮은 게 경관이 좋다는 것은 조금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창곤 의장은 “2019년 당시 밝힌 청사진에서 변화가 있으면 시의회와 상의를 하는 것이 옳고, 그것이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와 시민을 존중하는 길”이라며 “앞으로 사업을 하면서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진행하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6월 첫 삽을 뜬 미래에셋은 1단계 사업으로 생활숙박시설인 레지던스 호텔 건립에 나섰다. 숙박시설은 6만5000㎡ 부지에 사업비 7500억 원이 투입되며 지하 3층, 지상 4∼29층 규모의 11개 동(1184실)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부지는 마리나 시설로 계획됐던 곳이었으나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해 개발·실시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경도 선라이즈 워터프론트 해상케이블카.
경도 선라이즈 워터프론트 해상케이블카.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는 미래에셋컨소시엄이 당초 약속했던 관광시설 투자는 소극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숙박사업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래에셋이 2017년 경도해양관광단지를 매입할 당시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한 특혜성 연륙교 건설이 확정된 후 경도의 가치가 상승했는데도 정작 관광시설에 대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우려한 것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3월 전남도에 경도 해양관광단지 숙박시설 1단계 사업에 대한 건축·경관위원회 심의를 신청했으나 심의에서 재검토 결정이 난 바 있다.

미래에셋은 1조5000억 원을 들여 경도 일원 2.14㎢ 부지에 6성급 호텔과 리조트·골프장·상업시설·해상케이블카 등을 갖춘 아시아 최고의 복합 해양리조트를 조성한다. 미래에셋은 오는 2024년까지 여수∼경도 연륙교 개통 시점에 맞춰 관광 테마 시설과 숙박시설을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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