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순항쟁탑서 희생자 넋 달래

여순사건 순천유족회가 20일 순천 여순항쟁탑에서 73주년 합동위령제를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순천시)
여순사건 순천유족회가 20일 순천 여순항쟁탑에서 73주년 합동위령제를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순천시)

전남 순천시는 20일 팔마체육공원 여순항쟁탑에서 여수·순천 10·19사건 순천유족회와 함께 여순사건 73주년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허석 순천시장 분향과 박희원 여순사건 순천유족회장 초헌례에 이어 유족 합동례와 헌가 순으로 진행했다.

시에 따르면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서 제주 4·3사건 진압 출동 명령을 거부한 14연대 소속 군인 항명을 시작으로, 다음날인 20일 14연대 군인이 순천에 도착해 첫 번째 격전이 있었다. 이 전투로 희생된 경찰과 민간인, 이후 진압군에 의해 처형된 영령을 기리기 위해 순천시와 순천유족회는 매년 10월 20일 위령제를 개최해왔다.

유족들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이후 처음 치른 순천유족회 합동위령제에서 예년의 비통한 분위기와는 달리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을 보였다. 올해는 여순10·19범국민연대, 순천 YMCA, 순천환경운동연합, 여순항쟁 교육강사회 등 순천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제주4·3기념사업회와 제주4·3시민연대가 참여했다.

제주4·3기념사업회 강호진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여순사건과 제주4·3사건이 특별법의 제정과 개정이라는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게 된 의미 있는 한 해라 생각한다"며 "제주4·3항쟁에서 여순10·19항쟁까지 항쟁의 역사를 향해 제주지역 시민단체도 함께 동행하겠다"고 말했다.

허석 순천시장은 "73년 전 오늘처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사랑하는 부모와 형제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유족의 슬픔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며 "지역의 아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돼 스러져간 영령의 넋을 달래길 바라며 그간의 실타래들이 풀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gija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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