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평가 결과 창원‧달성·충남 아산 최종 경쟁
여수 등 전국 19곳 도전…시 “준비 시간 촉박”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청년문화센터에 이어 실패

▲ 전국 19개 자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 1차 후보지로 경남 창원시 진해구, 대구 달성, 충남 아산 등 3곳이 선정됐다. 여수시는 탈락했다. (자료사진=국립경찰병원 페이스북)
▲ 전국 19개 자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국립경찰병원 분원 건립 1차 후보지로 경남 창원시 진해구, 대구 달성, 충남 아산 등 3곳이 선정됐다. 여수시는 탈락했다. (자료사진=국립경찰병원 페이스북)

전남 여수시가 3000여억 원이 투입되는 국립경찰병원 분원 1차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11일 경찰청은 각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부지평가위원회가 전국 19개 자자체가 제출한 24개 부지를 대상으로 1차 평가한 결과 경남 창원시 진해구, 대구 달성, 충남 아산 등 3곳을 2차 평가(실사)후보지로 선정하고, 오늘(11일) 오후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여수시는 율촌 장도공원 인근 부지 제공을 약속하고 전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까지 아우르는 균형발전과 접근성 등을 강조했으나 1차 평가에서 컷오프 됐다.

여수시는 최근 국립해양수산박물관과 청년문화센터 입지 대상지 공모에서 탈락하는 등 잇따른 대규모 사업 유치 실패로 시민들이 상실감에 빠지게 됐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의 비수권의 경찰관과 소방관은 물론 지역 주민 의료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비수도권 내에 응급의학센터와 건강증진센터 등 2개 센터와 23개 진료과를 갖춘 550병상 규모의 경찰병원 분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 3만㎡ 이상, 반경 20km 지역에 인구 30만 명이 있어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부지평가위원회의 1차 평가 대상은 전남 여수를 비롯해 강원 춘천·원주·동해·태백‧홍천·횡성·화천·철원 등 8곳, 경남 창원·사천·밀양‧하동·함안‧함양, 충남 아산, 충북 제천, 대구 달성 등 전국 19개 지자체에서 제출한 24개 부지이다.

창원, 아산, 달성 후보지 3곳은 경찰청 요구 조건 충족 여부 확인, 지자체 제출 자료 검토 등 사전 작업과 이번 부지평가위원회 1차 평가를 거쳐 선정됐다. 경찰청은 올해 안으로 최종 후보지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분원이라 해도 규모면에서 서울 본원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어 유치에 성공할 경우 지역에서는 질적‧양적으로 수준 높은 종합병원 하나가 들어서는 것인데, 지역 활성화는 물론 양질의 의료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는 저마다의 이점을 내세우며 분원 유치에 사활을 걸고 힘을 쏟았다. 19개 지자체 대부분 유치위나 추진단을 구성해 주민‧단체 성명서 발표, 중앙 기관 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왔다.
 

▲여수시청.
▲여수시청.

아산시, 창원시 등 유치 활동 활발
“이럴 거면 뭐하러 했는지 모르겠다”

충남 아산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충남 공약으로 제2경찰병원 설립을 밝히면서 그 당위성을 강조했다. 특히 경찰대학교와 경찰인재개발원 등 경찰타운을 통한 경찰관 이용 편의와 경찰청 소유인 국가부지 활용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또한 중부권 거점 도시로 KTX와 수도권 전철, 고속도로 등 광역교통망이 뛰어나 접근성이 뛰어나고, 1시간 내 도착 가능한 공공의료 수혜 인구가 1000만 명이나 되는 등 배후 의료 수요가 넉넉하다는 점도 어필하는 등 범시민추진단을 꾸려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창원시는 지난 7월 진해구 자은동 일대 3만 2000㎡를 비롯해 창원 중동지구 일대, 마산 가포 일대 등 권역별 3곳을 후보지로 선정하고 신청서를 냈다. KTX·공항·고속도로 등 교통 연계가 뛰어나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분원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남도는 경찰병원 분원이 경남에 건립되면 국가 공공의료 서비스 균형공급이 가능하고 분원 건립부터 운영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남은 철도·도로·항공 등 교통 접근성이 탁월하고 항노화산업 인프라와 휴양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경남도의회도 뜻을 같이해 ‘경찰병원 분원 유치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결의하며 힘을 보탰다.

남해안남중권발전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달 26일 국가균형발전과 의료 취약지역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경찰병원 분원 남부권 유치를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협의회는 동서화합과 영호남 공동발전 및 상호협력을 위해 2011년 설립된 행정협의체로 전남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 고흥군, 보성군, 경남 진주시, 사천시, 하동군, 남해군 등 9개 시·군으로 구성됐다. 이 중 여수시, 사천시, 하동군 등 3개 시‧군이 경찰병원 분원 공모에 응모했다.

여수시는 경찰병원 분원 대상 부지를 율촌면 장도공원 인근으로 정하고 응모에 참여했다. 시는 순천, 광양을 아우르고 여수-남해 해저터널 완공 시 경남까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또 분원이 유치되면 해경의 안전과 응급의료 지원을 통해 의료 서비스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동군은 남부지방에 경찰력 40%가 집중돼 있고, 육경과 해경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 천혜의 자연환경은 환자들에게 치료를 넘어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동군은 범군민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10일 군민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후보지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추진위는 경찰청을 방문해 군민 90%의 염원이 담긴 서명부를 제출했다.

그러나 3개 시‧군 모두 탈락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하동군 등은 후보지 선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응모해놓고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거나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여수시와는 대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관련 공문이 내려올 당시 우리 시는 국립해양수산박물관 유치에 집중할 때였는데 준비하는데 시간이 촉박했다”며 “이미 언론 등에는 내정돼 있는 분위기가 있는 등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공모사업을 다 할 수는 없지 않나. 등한시한 것은 아니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수시는 최근 국비 1245억 원의 국립해양수산박물관과 도비 200억 원의 청년문화센터 입지 대상지 공모에서 탈락해 지역 내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다.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여수시가 응모한 줄도 몰랐다. 경찰병원 분원 유치와 관련해 어떠한 움직임도 본 적이 없다”며 “이럴 거면 뭐하러 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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