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주체가 없는 행사에 대한 관리 허점이 드러나면서 국회는 물론 전국 지자체들이 관련 규정 손질에 나서고 있다. 여수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꼼꼼한 안전관리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 여수 오동도의 새해 해맞이 인파. (사진=여수시)
▲ 여수 오동도의 새해 해맞이 인파. (사진=여수시)

주최‧주관 없는 행사 ‘구멍’…여수시, 관련 규정 개선 검토 중

지난 10월 29일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주최자‧주관자 없는 행사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 제‧개정 등 보완에 나서고 있다. 여수시도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조례 제‧개정 등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17일 안전행정부가 운영하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남도, 목포시, 천안시, 청주시 등 전국 70곳에 가까운 지자체가 옥외행사 안전관리 조례를 별도로 제정‧운영하고 있다.

전남도의 ‘옥외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는 500명 이상 1000명 미만의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 또는 500명 이상 3000명 미만의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 체육 등 옥외행사는 행사 전 행사장소와 주변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행사 종료 시까지 안전관리요원을 두고 재난예방조치를 계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 또는 도가 출자·출연한 기관이 주최, 주관하는 행사 ▲도 또는 도가 출자·출연한 기관이 후원하는 행사 ▲도가 옥외행사비를 지원하는 기관 또는 단체가 주최, 주관하는 행사는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목포시의 경우도 500명 이상 3000명 미만(공연법 제11조제3항에 따른 공연의 경우 500명 이상 1000명 미만)의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축제, 체육 등의 옥외행사에 안전관리 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천안시, 청주시 등 대부분의 지자체들도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 전남도청 청사의 조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 동안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사진=전남도)
▲ 전남도청 청사의 조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 동안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사진=전남도)

여수시는 관련 법규로 ‘안전관리위원회 운영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에는 주최·주관하는 자가 불명확하고 시민 등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경우 지자체의 안전관리계획 수립 등의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지역 내에서도 사고 발생 가능성과 우려가 남아 있는 셈이다.

‘여수시 안전관리위원회 운영 조례’를 보면 위원회는 재난관리에 관한 중요 정책의 심의 및 총괄·조정, 재난관리업무의 협의·조정과 그 밖의 재난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안전관리정책의 심의 및 총괄·조정 ▲안전관리계획안의 심의·의결 ▲재난관리 책임기관이 수행하는 안전관리업무의 협의·조정 ▲시 주관 축제(공연법의 재해대처계획 포함)의 안전관리계획 심의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축제의 행사 성격, 규모, 참여인원 등을 고려한 안전관리계획 심의 ▲법령 또는 조례에 따라 해당 위원회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의 처리 ▲그 밖에 위원장이 부의하는 안건의 심의 등이다.

시는 행사 전에 모니터링 또는 합동 점검을 통해 안전시설 등이 미비한 경우 보완 조치를 하거나 조치가 실행하지 않을 시 확인서를 징구하고 있다.

이처럼 여수시를 포함한 대부분 지자체들의 조례가 주최‧주관자가 있을 경우에만 안전 점검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런 안전점검은 이태원 참사처럼 자발적으로 모인 대규모 행사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법규가 참석 인원 예측치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축제의 행사의 경우 기준이 되는 참석 인원 예측치에 대한 판단을 행사 주관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어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어렵고 사실상 조례에 명시된 의무가 강제성을 띠지 못한다는 것이다.
 

▲ 일출 명소 여수 향일암의 인파.  (사진=여수시)
▲ 일출 명소 여수 향일암의 인파. (사진=여수시)

주최자 없는 1000명 미만 옥외행사 관리대상에 포함
축제 사후 평가 시 안전관리 항목 신설 등 안전 강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주최‧주관자 없는 군중 밀집 행사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드러나자 국회는 물론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지자체들이 화들짝 놀라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회에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도 행정기관장의 안전관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광주시의회는 옥외행사로 규정하고 있는 관련 조례를 지하 공간 등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의 범위를 넓히고,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인 행사에도 압사 등 인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검토하고 있다. 또 광주시민에 한해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와 재난 피해를 대비해 대신 보험을 들어주는 ‘시민안전보험’에 압사 내용을 넣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산시의회도 관련 조례 개정에 나섰다.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적용범위를 ‘부산시가 주최 주관하거나 주최‧주관자가 없이 순간 1000명 미만으로 예상되는 공연 축제 체육 등의 행사’로 범위를 넓혔다.

부산시의 책임도 강화한다. ‘시장은 옥외행사를 주최 주관하는 자가 없으나 안전관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다. 사후 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도 축제평가단 구성 시 안전 분야 전문가를 포함시켜 행사 이후 반드시 안전관리 결과를 평가한다.
 

▲ 올해 여수밤바다 불꽃축제에는 2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사진=김경완, 그래픽=마재일)
▲ 올해 여수밤바다 불꽃축제에는 2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사진=김경완, 그래픽=마재일)

이와 함께 실내외 구분 없이 다중운집행사 안전 전반을 아우르는 ‘다중운집행사 안전에 관한 조례’도 신설할 계획이다. 특히 실내 행사의 경우 규모와 관계없이 지자체가 반드시 안전대책을 수립토록 했다.

서울시의회도 이태원 참사 이후 주최나 주관자가 없는 집단행사에도 안전관리 대책을 신설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 ‘서울시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옥외행사 범위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군중 행사’를 추가했다. 안전관리계획에 ‘옥외행사 장소 및 접근 경로 등 주요 통행로 등에서의 군중 밀집에 대한 예측과 감지’를 포함시켜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했다.

청주시의도 옥외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군중 밀집에 대한 예측과 감지를 통한 대책 마련 △안전관리요원의 자격 강화 및 사전교육 의무화 △사고 상황 발생 시 재난문자발송 등 청주시 옥외행사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여수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시나 민간‧단체 주관 행사는 거의 대부분 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받는다. 주체가 없는 행사는 여수시에 아예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 안전관리위원회 운영 조례에는 (주최‧주관자 없는 행사의 안전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공연법 등에 따라 축제‧공연 개최 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관련 조례 제‧개정 등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여수시 ‘시민안전보험’ 안내 리플릿.
▲ 여수시 ‘시민안전보험’ 안내 리플릿.

시민안전보험, 압사 사고 보장 안 돼

여수시가 가입한 ‘시민안전보험’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압사 사고는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전국 지자체가 모두 비슷한 상황이어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보험사들의 관련 보장 항목에 압사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약관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시민안전보험 보장 항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각종 사고로 후유장애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시민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여수시에 주소를 두면 외국인도 별도 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되며 일상생활에서 예상치 못한 재난이나 안전사고를 당했을 때 최대 2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시가 올해 부담한 보험료는 3억 1453만 원이며, 처음 가입한 2020년 이후 지난 10월까지 농기계 사고, 감염병 사망위로금 등 45건에 총 35억 1850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보장 항목은 ▲실버존 교통사고 부상치료비 ▲자연재해 사망 ▲폭발, 화재, 붕괴로 인한 상해사망 및 후유장애 ▲대중교통 이용 중 상해사망 및 후유장애 ▲강도 상해사망 및 후유장애 ▲스쿨존 교통사고 부상치료비 ▲익사 사망 ▲농기계 사고로 인한 사망 및 후유장애 ▲급성 감염병 사망위로금 등이다.

그러나 보장에 압사 사고는 빠져 있다. 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논의 중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일출‧일몰 명소, 카타르 월드컵 거리 응원 등 주최‧주관이 없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 예상되는 만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여수시의 꼼꼼한 안전관리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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