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결과 놓고...자회사로 영입할 하청노동자 선택 작업 중
사내하청노동자, 생산에서 출하까지 전 과정 담당
원청사 지휘.감독 받고 있지만...근로자 지위는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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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휘상 지회장은 "하청직원들이 생산에서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원청 직원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어 노동 환경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오지선 기자)

여수국가산단 내 노동조합 가운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와 롯데첨단소재 사내하청지회. 지난 2019년 10월 소송을 진행한 주휘상(44) 롯데첨단소재 사내하청지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과정과 앞으로 방향에 대해 들었다.

노동조합 설립 5년, 432일간 권리 주장

"노조원과 끝까지 가겠다"

▶삼성 제일모직에서 롯데케미칼로 흡수합병 과정에 대해서

"2014년 삼성 제일모직에서 삼성 SDI로, 2016년에 삼성 SDI 화학 분야 쪽만 떼서 롯데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로 매각됐다. 그리고 2020년 롯데케미칼로 완전히 흡수합병 되면서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사업부로 자리 잡았다. 10년 동안 법인명이 여러번 바꼈지만 생산하는 제품이나 업무적인 부분은 삼성에 있을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롯데케미칼로 합병되면서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유가 무엇인지

"삼성은 그룹사 전체가 무노조를 지향했기에 노동조합을 설립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원청사 직원도 설립 못하는 노동조합을 하청사 직원이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고 그럴만한 동력 자체가 부족했다. 하지만 2016년 삼성 SDI에서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로 매각될 당시 노동조합 설립 이유가 생겼다. 회사가 매각되면서 원청 직원들은 일정부분 위로금을 받았는데 하청직원들은 전혀 받지 못했다. 하청직원들이 생산에서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혀 고려되지 않는 노동 환경을 바꿔야겠다는 마음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현재 조합원 가입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2018년 2월 26일 198명의 조합원으로 설립 됐다. 설립 당시 하청사 직원들이 600여 명, 설립 위해 조합원들을 조직하다 원청에 발각돼 와해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래서 조직을 다 만들지 못한채 급하게 조합 설립이 이뤄졌다. 지금은 6개 하청사와 516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조합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지

"6개 사내하청 조합원들은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여수공장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 ABS, PC, 인조대리석 중 ABS와 인조대리석 생산, 설비 점검 및 관리, 이동.검수, 포장.출하 등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조합원 중 주로 생산부서에 많이 분포돼 있다."

▶현재 노동조합에서 롯데케미칼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중인데

"조합원 400여 명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중에 있다. 소송은 불법 파견 여부를 두고 다투는 소송이다. 조합원들이 제품을 생산해서 검수하고 포장한 완제품을 출하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하청노동자들이 하고 있다. 이 모든걸 기획하고 영업하는건 원청사가 담당하고 있으며, 영업과 기획을 담당하는 원청사가 제품이 생산되는 모든 과정을 지휘.감독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청노동자의 근로자 신분이 '원청사냐, 하청사냐'라는 부분에 대해 확인이 필요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2019년 10월 소송을 진행했고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2월까지는 1심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참고: 근로자지위확인이란, 근로자의 지위가 하청사 또는 원청사 중 어디에 소속되는것이 정당한가를 구분하는 것)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으로 원청에서 자회사 영입을 고려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불법 파견이라는 부분을 직접 고용으로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원청에서 자회사를 고려 중이다. 그동안 원청과 3번의 협상을 가졌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이 달라 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원청은 임금과 복지를 말하며 소송을 취하하자고 얘기한다. 하지만 소송은 취하하지 않겠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제자리 걸음이다. 원청이 제시한 조건은 현재 하청사 체제와 달라지는게 없다. 원청 입장은 불법 파견에서 직접 고용으로 합법화되겠지만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조건이다."

▶소송이 장기화 되면서 조합원들의 반응이나 의견이 있는지

"그동안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보여준 활동과 노력이 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대법원까지 판결받고 소송에서 이기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된다 하더라도 노동조합과 함께하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주 지회장은 "저보다 열정과 신념이 강한 분이 맡아주길 바란다"며 차기 위원장 불출마를 밝혔다..(사진=오지선 기자)
▲주 지회장은 "저보다 열정과 신념이 강한 분이 맡아주길 바란다"며 차기 위원장 불출마를 밝혔다.(사진=오지선 기자)

▶올해 임기 마지막이라고 차기 출마 의사는 있으신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최선을 다해왔다. 이제는 더 열정이 있고 신념이 강하 분이 맡아주길 바란다. 한 사람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지기에 올해 마지막으로 내려놓으려고 한다."

▶원청과 긴 투쟁의 길을 함께 해온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5년 정도 지났고 그동안 432일간 권리 주장을 했었다. 그런 과정을 되짚어보며 조합원들이 너무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그것들로 인해 조직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 자회사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도 있고 상대가 큰 벽인 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뭉쳐서 싸워나가면 지금보다 더 큰 미래가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앞으로 일들도 함께 잘 해결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  수 기자 newstop23@dbl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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