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완규 동부매일신문 발행인
아프리카 세링게티 초원에 가면 치타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이놈은 들판에서 시속 143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겁나게 빠릅니다.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이정도 속도로 달리다가 과속에 걸리면 벌금 9만원에 벌점이 30점입니다.

이러한 속도 덕분에 치타는 사냥 성공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표범이나 사자의 사냥 성공률이 20~30%인 것에 비해 치타는 40~5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치타의 이러한 성공률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진 놀라운 결과입니다. 치타는 수만 년 전부터 피나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사자, 표범, 하이에나와 같은 경쟁자와 차별화를 위해서 몸집은 작지만, 속도가 빨라 그들이 잘 잡지 못하는 가젤을 주요 타깃 목표로 정하고, 치타 스스로 치열한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치타는 우선 최대한의 산소를 흡입할 수 있도록 넓은 가슴과 콧구멍, 그리고 폐를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분당 호흡을 60회에서 150회로 증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혈액 공급을 위해 간과 동맥, 그리고 심장의 크기를 확대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더 빨리 뛸 수 있도록 다리와 등뼈를 가늘고 길게 진화시켰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턱과 이빨을 축소하고 몸집도 40~50kg으로 감량했습니다.

덕분에, 치타는 단 세 걸음 만에 시속 64km의 놀라운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점프할 때 7미터를 뛸 수 있는 날렵한 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초에 7미터씩 3번을 뛸 수 있는 놀라운 몸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여수세계박람회가 떠오릅니다. 여수의 모습이 치타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습니다. 치타는 너무 한쪽에 치우친 전문화로 인해 지금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얻은 그 스피드 때문에 지금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치타의 사냥 성공률이 사자나 하이에나에 비해 2배 이상 높지만, 지금 치타는 먹이의 절반 이상을 사자와 하이에나에게 빼앗기고 있습니다.

달리기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먹이를 잡고도 두 눈 버젓이 뜨고 빼앗겨야 하는 치타의 표정은 슬픔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젤 하나에만 전문화 한 까닭에 가젤의 숫자가 조금이라도 줄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치타의 미래입니다.

아프리카의 지속적인 개발로 들판의 야생공간이 급격히 감소되자, 이제 치타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멸종 위기에 빠졌습니다.

중국의 팬더 곰이 천지에 널린 대나무 잎만 먹으면 되겠다 싶어 대나무 잎에만 특화한 까닭에, 대나무 숲이 줄어들자 심각한 멸종위기에 빠진 것과 비슷합니다.

여수는 10여년이 넘도록 박람회 하나에만 전문화 된 도시였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지난 10여년 동안 여수의 모든 얘기는 박람회로 통했습니다.

그 결과 일단 사냥에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냥감을 먹을 준비도 능력도 부족했나 봅니다.

빨리 달리는 것에만 치중하다가 사냥감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챙기지 못한 치타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장 큰 잘못 중에 하나는 우리의 시민의식을 박람회에 걸맞게 끌어 올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요즘, 박람회에 관계된 언론 기사의 밑을 보면 여수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수를 생각하는 국민들의 시선이 상당히 곱지 않다는 뜻입니다.

빨리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바른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놓친 것 같습니다.

10여년이 넘도록 공을 들여 애써 잡은 먹이를 우리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치타의 슬픔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치타가 오직 가젤을 잡기 위해 전문화 되었다가 오늘날 멸종의 위기에 온 것처럼, 박람회에 온 도시의 포커스를 맞춰오다가 먹을 것을 앞에 두고도 허탈해 하는 시민들을 보면 치타 생각이 납니다.

그동안 우리가 박람회가 개최되면 모두가 돈을 벌 것이라는 경제적인 측면만 너무 강조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합니다.

박람회 건축물을 올리면서 우리의 의식수준도 같이 올렸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소홀히 생각한 것은 아니었나 반성합니다.

지금 이 모습대로 가다가는 여수 이미지 큰일 나게 생겼습니다. 그냥 하는 빈말이 아닙니다. 우리의 처절한 반성이 있지 않고는 여수이미지가 박람회를 계기로 치명타를 입게 생겼습니다.

박람회 개최 전에는 여수이미지가 이렇지 않았습니다. 여수에 가면 음식 맛있고, 인심 좋고, 엄마 젖가슴처럼 포근한 도시로 국민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나 엉망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려고 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장사가 안 된다고 조직위원회를 탓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탓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기 이전에 우리의 반성이 먼저입니다.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께서는 잘해주셔야 합니다. 국민들은 당신들을 보면서 여수를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곧 여수입니다. 여수를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입니다. 여수의 실추된 이미지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이충무공의 후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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