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기창 한영고등학교장.
해마다 신입생들을 맞으면서도 늘 새로운 감회로 맞이하게 된다. 얼마나 깊고 갚아야 될 좋은 인연이 컸으면 우리가 사제로서 만나게 될 수 있을까? 불가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7천겁이라고 하고, 사제로 만날 수 있는 인연을 그보다 더 깊다고 하니, 우리 교원들이 학생들을 어떻게 맞이하고 잘 가르쳐야 되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학생들에게 하는 이병헌의 말이 압권이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 씨를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 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야.”

저 우주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밀 씨가 지구 구석 어딘가에 꽂혀 있는 바늘 끝에 꽂힐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확률만큼이나 어려운 그 기적 같은 만남을 인연이라고 하고 있다. 우리는 날마다 이렇게 말도 안 될 것 같은, 계산도 되지 않을 확률 속에서 기적처럼 만나는 인연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후손들이 천년 뒤에 부부로 만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을까? 별이 일천억 개가 넘고, 100억 광년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 안에서 지구의 생명으로 태어날, 그래서 우리가 사제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인가?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야 한다. 선연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도움 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교만과 이기심에서 벗어나서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대도 나만큼 귀하다고 여겨야 한다. 지금 나에게 오는 그대가 내 인생의 기적이라고 여기면 사람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달라지지 않을까?

진정 우리들의 삶과 만남이 기적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이 한 생명 안에서 사랑하고 감사할 것 외에 또 얼마나 더 많이 얻어야 할 것들이 있을까?

우리 기적 같은 인연에 감사할 수가 있다면, 우리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선한 이의 눈에 슬픈 눈물이 맺히게 해서는 안 된다. 성실히 사는 사람에게 절망이 다가오게 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름 없는 풀도 시샘 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벌레들도 굶주리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이다. 사람이 풀꽃보다 귀하고, 벌레보다 더 낫지 않는가.

오늘도 저 우주 어딘가에서 생명 하나가 내려 와서 내 삶 안으로 딱 들어왔다. 우리는 이렇게 한 인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부디 끝까지 함께 가는 아름다운 인생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선한 너에게 고통을 주는 그런 악연은 만들지는 않아야 하겠다.

우리 311명의 소중한 신입생들, 기적과도 같은 좋은 인연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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