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련 여수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기고]농업에 색을 입히자 ‘컬러푸드’
색은 인간의 감성에 영향을 주는 감성언어이자, 요리에 있어서는 보기 좋고 먹기 좋은 음식을 만드는 디자인 도구이다. 1990년 5가지 컬러가 함유된 과일․채소 등은 건강에 매우 좋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다.
하루에 5가지 컬러 과일과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는 ‘Five A Day’ 캠페인을 실시 성인병과 암 발병률을 80%까지 낮추는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농산물이 지닌 색소에는 각기 다른 영양소가 담겨져 있는데, 다양한 색의 음식으로 영양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최근 일고 있는 ‘컬러푸드’ 열풍의 핵심인 것이다.
예부터 조상들은 음식을 만들 때 5가지 색깔을 이용해 웰빙음식을 즐겼는데 대표적인 것이 궁중음식으로 표현된 신선로이다. 중앙에 붉은색[음식은 화(火) 중심 오행]과 동서남북의 사방을 기본으로 삼는 오방색을 이용 하여 음식을 만들었고, 오색고명으로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표현했는데 오방색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결국 오장을 튼튼히 하여 건강을 지켜온 지혜로운 민족이었다.
우리음식에 오방색이 주재료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고명으로 오방색을 추가했으며, 시각적인 효과로 아름답게 보여 식욕을 증진 시킬 뿐 아니라 정성과 솜씨도 느끼게 하였다. 음식에 사용되어온 고명(高明)은 음식 위에 얹는 웃고명과 음식 속에 소로 넣는 속고명이 있는데, 오방색을 가진 재료인 채소, 곡류, 견과류, 과일, 종실류, 육류, 약재 등이 사용되어 왔다. 오방색 고명은 한국 음식만이 갖는 고유의 아름다운 식문화로서 동양적인 철학을 담고 있다.
고명으로는
푸른색 : 청고추, 파, 애호박, 쑥갓, 미나리, 쑥, 은행
붉은색 : 홍고추, 실고추, 대추, 당근, 오미자
황은색 : 황색지단, 치자, 콩가루
흰은색 : 흰색지단, 무, 배, 수삼, 마늘, 잣, 밤
검은색 : 석이, 목이, 표고버섯, 검은깨, 김 등을 이용해 계절마다 변화하는 몸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성질의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지혜를 가졌다.
색깔별로 그 기능을 살펴보면
청(靑)색에는 카로티노이드와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고, 원활한 신진대사와 피로회복 효과가 있으며, 방사선과 니코틴 등을 제거하는 ‘디톡스’ 작용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채소로서 케일, 브로콜리 등 신장과 간장 기능을 돕는다.
적(赤)색에 포함된 폴리페놀은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몸속의 유해산소를 청소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암을 예방한다. 적색을 띠고 있는 딸기, 토마토, 자두 등은 아스피린보다 더 강한 소염효과가 있고, 특히 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은 다른 채소에 비해 10배 이상의 강한 암세포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붉은색 과일, 채소는 피부 색소를 맑게 하고 잡티나 주름을 없애주는데 심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백(白)색 음식은 호흡기 기능을 강화하고, 안토크틴산과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하여 자연저항력을 증가시키며, 기관지와 폐가 약한 사람에게 좋은 보양식이 될 수 있다. 마늘, 버섯, 바나나, 배 등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심장병을 예방하며 신체 면역력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
흑(黑)색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노화방지와 체력증진 효과가 있다. 가지, 복분자, 블루베리, 포도 등은 눈을 건강하게 하고 원기회복, 성기능을 향상시키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 혈압상승 억제, 시력보호 등 컴퓨터를 오래하는 직장인의 경우 반드시 섭취해야 할 음식으로 신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황(黃)색에는 베타카로틴이 많아 시력유지를 돕고 피부와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해 준다. 감, 귤, 호박 등에 함유되어 있는 베타카로틴이 체내에 흡수 비타민A로 전환 동맥경화, 야맹증, 빈혈, 저혈압, 정자형성, 면역반응 등 각종 생리적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로 비장에 좋다.
다양한 색의 컬러농업은 우리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가격과 품질 면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고, 오방색을 활용 한식 세계화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며, 천연색소 산업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우리시에서도 미잡곡(찹쌀, 흑미, 적미, 녹미 등 색이 있는 쌀), 조, 수수, 기장 등 잡곡을 활용한 컬러푸드 세트를 개발 중에 있으며 금년에 꾸러미밥상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