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람회가 성큼성큼 우리들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박람회가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들은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나.
많은 것들이 이루어진 것 같지만 되짚어보면 이렇다하게 해 놓은 것이 없다. 이 박람회를 위해 그동안 우리 시민들은 많은 것을 인내하며 살아야 했다.

누군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갈 길이 바쁜데 자꾸만 발목 잡을래?”하는 말 한마디에 시민들은 그 말을 참아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정치인들은 긴긴 세월동안 ‘세계박람회’라는 것을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우려먹었으면 미안해서라도 잘해야 한다.

박람회 유치가 몇몇 사람들 때문에 유치되었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시민들의 열정과 눈물이 없었으면 그것은 어림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여수시민들은 “도대체 박람회가 개최되기는 하는 거여?”하고 묻는다. “개최되고 나면 그 다음은 어찌되는 거여?”하고 묻는다.
그 누구도 시민들이 원하는 속 시원한 그림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람회는 분명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국가사업임은 맞다.
그러나 국가는 국가대로 그 준비를 게을리 하면 안 되겠지만, 우리 도시 또한 중앙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나름대로의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준비할 것은 천만명의 관광객들이 여수를 찾아왔을 때 그 관광객들이 여수라는 도시에 매료되어 더 많은 것을 구경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수를 찾은 관광객들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우리 여수에 내려놓고 가도록 해야 한다. 박람회 기간 동안 천만명의 관광객들이 여수를 방문했다고 치자.

하루 방문객 숫자가 대략 10만여명이다. 그 관광객들이 박람회를 구경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여수의 어디를 방문해서 이 도시를 느끼게 할까.
돌산 향일암은 가능할까? 신년 해맞이 때 우리는 그 길에서 4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갈 수가 없다.

시내에 들어와 밥이라도 한 끼 먹을 수 있을까? 현재의 도로 여건과 주차시설로 그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재래시장은 어떤가. 또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는 식당들은 정비되어 있는가. 우리는 소중한 시간들을 이렇게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그러면 또 어디를 갈까? 관광객들에게 물을 필요도 없다. 시민들에게 물어도 참으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답을 누가 내놔야 하는가? 그 답은 당연히 1,700여명 공무원들의 인사권과 8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오현섭 시장이 내놔야 한다.
박람회장과 여수시내 간의 길을 넓혀주고, 시내에 주차장을 확보해 주고, 시내 상가와 횟집들, 그리고 더 많은 볼거리와 더 많은 즐길거리들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개발해야 한다.

시내와 박람회장 간의 도로를 넓히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보상에 들어가야 하고, 주차장도 지금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현재로선 관광객들이 외곽도로를 타고 박람회장에 와서, 다시 외곽도로를 타고 돌아가지 말란 법이 없다. 시민들은 지금 그것을 우려한다.

또 여수시가 지금 고민해줘야 할 것은 박람회가 끝난 다음에 이 도시가 앞으로 나아갈 큰 그림이다. 5년 후, 또 10년 후 도시의 미래를 지금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에게 부여된 의무이고 책무이다. 지금 오 시장은 시민들 앞에 무엇을 내놓고 있는가?

도시의 매력은 그 도시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뺏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여수는 무엇으로 여수를 찾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뺏을 것인가.
여수의 대표적 먹을거리는 무엇인가. 사실 전국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것들뿐이다. 도시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부터라도 여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인근 순천시를 찾은 관광객 숫자가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숫자를 추월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가 생태터널 만든다고, 인공해수욕장 만든다고, 이순신광장 만든다고, 야간경관 만든다고 수십억, 수백억원씩 쏟아 붓는 동안 두 도시의 격차는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도시에 무엇이 급한 사업인가? “이 돈이면 박람회장과 중앙동까지 도로를 넓힐 수 있는 돈이고”, “이 돈이면 박람회장과 현재의 버스터미널까지 도로를 확장할 수 있는 돈이고”, “이 돈이면 시내 일원에 대형 주차타워를 만들 수 있는 돈이고”, “이 돈이면 우리 공부방 아이들의 굶주린 입에 따뜻한 저녁밥을 먹일 수 있는 돈이고”, “이 돈이면 힘든 우리 어르신들이 떨지 않고 이 겨울을 날 수 있는 돈이고”, “이 돈이면 지역교육을 살리고, 지역문화를 살릴 수 있는 돈이고”, “이 돈이면 지역에 특목고 하나를 설립할 수 있는 돈이고...” 시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막강한 권력과 맞서려고 하니 여러 가지로 힘에 부친다. 택시기사들은 손님이 없어 사납금 채우기도 벅차다고 하고, 대리운전 기사들도 작년에 비해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고 울상이다.

시내 일원의 식당이 안 되니 재래시장의 매출도 반토막이다. 이렇게 모진 찬바람은 못 가진 사람, 힘없는 사람, 바닥을 헤매는 서민들에게 먼저 찾아오는 법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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