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치과 원장 김정웅


입춘도 지나고 벌써 경칩이다. 올해는 꽃샘추위가 없을 거라는 기상청의 발표가 맞아 떨어진다면 2월 중순경에 있었던 추위가 마지막 추위라는 말인데, 1달 이상 겨울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계절도 빨리 지나간다. 여름을 향하여 경주라도 하듯이.

치과진료를 하다보면 환자 분들이 왜 이렇게 진료시간이 긴지, 진료기간이 1달 이상이나 소요되는지 불평하시는 말씀을 자주 듣는다. 이유는 다 똑같다.
진료를 위한 시간을 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너무 바쁜데 치과치료로 인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씀들이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설명을 한다.

치과진료의 성격이 입안에 장기간의 지속적인 하중을 견뎌내야 하는 구조물을 건축하는 작업과 비슷한데 설계단계에서부터 완공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되지 않겠냐는 식의 설명이다.
나름의 성실시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얼마 지나지 않아 하중을 못 견디고 무너지는 치과 건축물(?)이 나올 수 있는데 시간에 쫓긴다고 해서 날림공사를 할 수는 없다는 시공업자(?)로서의 고집 아닌 융통성 없는 독선으로 여겨질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IT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성공의 지표가 돼 버렸다. 과거의 거대자본이 소자본을 잠식하던 패턴이 속도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음식도 패스트푸드가 바쁜 현대인에게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슬로우 무브먼트가 역으로 일어나고 있다. 빠르다는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교육, 의료, 음식 등을 들 수 있겠다. 어머니의 손맛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정성으로 담긴 한국적인 재래의 음식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하나를 들자면 도시개발을 들고 싶다. 지자체장 선출이 민선체제로 다시 전환된 이후로 각 지자체가 경쟁하듯 각종 개발을 하고 있다. 4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지역민에게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쏟아 내려니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겠거니 하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4년 안에 눈에 보이는 개발의 성과만을 가지고 지자체의 능력으로 판단할 정도의 과거의 지역민이 더 이상 아니라고 생각한다.

4년 뒤, 아니 10년을 내다보는 기초를 다질 줄 아는 지자체를 지역민은 더 바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발을 하기에 앞서 충분한 여론수렴 및 사업 필요성의 우선순위를 꼼꼼히 따지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누구나 공감하리라 사료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역개발사업의 예산확보단계에서부터 치밀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산확보 뒤에 집행의 단계에서 부딪치는 반대의견들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고, 집행을 해야만 하는 처지의 지자체와 개발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각 여론형성단체들과의 평행선을 이루는 갈등을 보는 지역민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지역민의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이 지역개발의 모습에서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도 대기실에서는 대기 환자도 몇 명 없는데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하냐는 환자 분들의 불평이 들린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대신에 치료 받으실 때는 뒷 분이 아무리 재촉하시더라도 꼼꼼히 봐 드릴 테니까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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