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설립 논의가 필요하다]⑤-2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한 문화예술인과 장르에 대한 기록을 수집·보존하는 지역사회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라지고 잊히고 훼손되는 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이 시급하다.

석유비축기지가 들어서면서 49가구가 살았던 여수시 낙포동 한구미 마을은 사라졌다. 현재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김종안 시인이 쓴 '고향의 노래' 망향비만 고향의 그리움과 애틋함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석유비축기지가 들어서면서 49가구가 살았던 여수시 낙포동 한구미 마을은 사라졌다. 현재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김종안 시인이 쓴 '고향의 노래' 망향비만 고향의 그리움과 애틋함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스탑전남 DB)

<관련기사> ⑤-1 사라지고 잊히고 훼손되는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 시급

여수시는 올해 역사문화 아카이브 구축, 여수 근현대 사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지역문화 자원 실태조사 아카이빙 제작 사업을 추진한다. 일제강점기 군사시설 현황조사, 거문도 관련 고문서 일체 국문화 용역 등 지역 역사유적 발굴 및 보존 사업도 추진한다.

또한, 여수세계박람회 및 그 후 10년 조사 및 자료수집, 내년부터 2년간 대규모 공사‧택지개발지구, 문화유적 정비대상지 기록화 및 박물관 아카이브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는 지난해 여수의 사라진 마을 조사, 여수국가산단 발전과 산단 이주민사, 여수 향토지 번역 사업 등의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이들 자료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도 절실하다. 디지털 아카이브는 각종 자료나 소장품을 디지털 정보로 바꿔 보존하는 시스템으로, 기관·단체 역사나 인물 등의 자료를 집대성한 온라인 수장고라 할 수 있다.

시가 아카이브 작업을 추진한 데에는 근거인 조례가 있기 때문이다. 여수시의회는 지난 2020년 4월 민덕희 의원 발의로 문헌, 사진, 영상, 전설, 민요, 문화재 등 도시역사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하자는 ‘도시역사문화 자원 아카이브 구축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라 시장은 도시역사문화의 자료 수집, 보존관리, 활용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문 인력을 배치해 ▲도시역사문화 자원 아카이브의 지속적 조사 발굴 ▲도시역사문화 아카이브 자료의 전자적 관리체계 구축, 자료 공개 및 활용 지원 ▲ 국내‧외 도시역사문화 아카이브 자료관리 기관과의 연계‧협조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거북선공원 입구에 세워진 ‘우리들의 고향-용기·건천·부등 마을’ 표지석. (사진=뉴스탑전남 DB)
거북선공원 입구에 세워진 ‘우리들의 고향-용기·건천·부등 마을’ 표지석. (사진=뉴스탑전남 DB)

또한 도시역사문화 자원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매년 ▲전담부서 사업수행 방법 ▲조사대상 및 추진방안 등 세부사항 ▲지역주민, 단체 등 지역사회의 협조체계 구축 방안 ▲디지털 아카이브 운영 계획 등을 담은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대상은 ▲주택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도시개발‧택지개발사업 및 공공주택 지구 등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 ▲시의 고유한 문화적 특색이 있는 거리, 마을, 시장, 상가, 활동, 행사 등의 유‧무형 소산 ▲오랜 기간 축적돼 보존 가치가 인정되는 지역문화 ▲시 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과 사건 ▲향토지(읍·면·동지) 발간 후 20년이 지나 재조사가 필요한 읍·면·동지 ▲그 밖에 시장이 도시역사문화의 보존가치가 높다고 인정하는 것 등이다.

조사 결과는 사진, 영상, 녹음, 스캔, 문서, 복제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로 생산할 수 있다. 시장은 조사를 통해 생산된 결과물과 수집된 실물자료에 대한 원본보존, 훼손 방지, 활용을 위해 영구 보존 방안을 강구하고 시 공립박물관 등 보관 장소를 마련하도록 했다. 현저히 보존가치가 있는 물리적 공간, 장소, 거리 등에 대해서는 개발주체로 하여금 보존과 활용방안 등 대책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자료가 보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공개하고 개인이나 단체 등에 배포하거나 연구단체 등에 대여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물과 실물 자료를 스토리텔링을 통한 문화콘텐츠 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공동체의 정체성 및 정주의식 함양 제고, 도시역사문화 자원 아카이브 구축 활성화를 위한 교육, 학습, 전시, 연구 등 활용 가치와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여수시 문화원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도 지역문화(향토자료 포함)의 발굴·수집·조사·연구 및 활용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지난 2016년 12월 2일 갈무리문학회 창립 30주년 및 동인지 발간 기념행사에 전시된   (사진=뉴스탑전남 DB)
지난 2016년 12월 2일 갈무리문학회 창립 30주년 및 동인지 발간 기념행사에 전시된 시화전, 전시회 등 자료. (사진=뉴스탑전남 DB)

지역 문화예술 자료 체계적 정리 시급

예술이 문화의 하위 개념이긴 하지만, 문화예술 관련 자료에 대한 수집‧관리‧활용이 명확히 명시돼 있지 않아 과업수행이 모호해질 수 있어 보다 세분화가 필요하다.

사실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및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한 문화예술인과 예술 장르에 대한 기록을 수집·보존하는 지역사회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수에서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삶, 각종 문화예술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여수시는 민선 5기 때 지역 출신인 김홍식‧손상기‧허영만 화백, 김정수 작가 등에 대해 작품전시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물은 없다. 이후에도 일부 논의가 있었지만 진척은 더딘 상황이다.

여수지역 문학의 산실인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는 시, 소설, 수필, 평론, 아동문학 분야 등에서 많은 문인이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여수문화대전에 따르면 여수지부는 1955년 박보운(1931~2009) 시인을 중심으로 엄심호·김광회·서정선·허의령·곽진용·최경자·유금호·김정순·이환희·박종현·김민 등이 문학 동인으로 활동하다 1968년 10월 1일 한국문인협회 지부 인준을 받았다. 매년 문학의 밤, 시민백일장, 문학 기행, 여수예술제, 시화전, 문학 세미나 등을 개최해왔고 <문인회보>, <여수문학>, <해양문학상 수상 작품집> 등을 발간했다. 하지만 지부의 역사나 관련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
 

여수문학 6집 표지. (자료=디지털여수문화대전)
여수문학 6집 표지. (자료=디지털여수문화대전)

아카이빙 구축은 물론 구축된 아카이빙 자료를 시민이나 연구자들이 손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이 절실하다. 제대로 된 문화예술 아카이브 관리 시스템 구축은 시민들이 더 좋은 공연과 전시를 즐기고, 연구자들이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콘텐츠로 가공해 자료 접근성을 높이고 전시회·세미나 개최, 공연콘텐츠의 기초자료 사용, 지역화 예술교과서 제작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아카이빙 구축 예산 지원과 전담 인력 확충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화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읽고 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다양한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로 승화한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가능하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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