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설립 논의가 필요하다]⑤-3 일부 지자체는 문화예술 아카이브 전담조직을 꾸리고 조례에 문화예술 자료 수집‧관리‧활용을 명문화하는 등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부산 문화예술 전자 아카이브 홈페이지.
부산 문화예술 전자 아카이브 홈페이지.

<관련기사> ⑤-1 사라지고 잊히고 훼손되는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 시급
<관련기사> ⑤-2 ‘더 늦기 전에’ 지역 문화예술 유산 지켜라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일찍이 준비에 나선 지자체도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2009년부터 아카이브 사이트 개발과 자료를 축적하며 부산 문화예술의 시대적, 지형적 문화지도를 만들어 왔다. 재단은 지난 2019년 정책연구센터를 만들고 정책 개발, 정책 네트워크, 정책 DB 구축 등의 조사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대구‧경기 등 문화예술 디지털 아카이브 홈페이지 구축 ‘공개’
전주, 2012년부터 문학, 미술 등 원로, 작고 문화예술인 정리 작업

재단이 운영하는 ‘부산 문화예술 전자 아카이브’에는 문화예술 DB 통계, 권역별 문화지도, 시대별 부산문화, 인물 스페셜, 부산 예술인 아카이빙, 정책 자료, 문화정책 이슈 페이퍼 등이 올라와 있다. 특히 ‘인물 스페셜’은 부산지역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원로예술인에 대한 아카이브다. 정책 아카이브에서는 재단이 발간하는 저널·포럼 자료와 연구보고서 등을 볼 수 있다.

28일 현재 기본DB엔 장르별 문화예술작품(1만3490건), 문화예술인(3395건), 문화예술단체(949건), 정책 아카이브(1548건) 자료가 등록돼 언제든 열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는 2019년 흩어져 있던 지역 문화예술 자료를 발굴해 정리하는 프로젝트 ‘대구 문화예술 아카이브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대구 문화 중장기발전계획에 포함된 과제 중 하나다. 오랜 현장 네트워크를 갖춘 월간 ‘대구문화’ 발간 인력을 투입해 지난해 7월 문화예술 아카이브팀 전담조직을 꾸리고 작고한 예술인을 중심으로 한 자료수집, 생존 원로예술인 구술 기록화를 추진하는 등 과거 대구문화예술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를 정리하는 한편 대구 문화예술계의 활동을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대구문화예술 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
대구문화예술 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

이로써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대구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됐다. 사업 시작 1년 반 만에 5000여 점의 자료를 수집했으며 열린 수장고와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한 자료 공개 및 활용까지 이뤄지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시립예술단을 비롯해 문화예술기관 단체의 자료 보존을 의무화했고, 매년 1~2회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에 1부씩 납본(발행된 출판물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것)하도록 했다.

‘대구문화예술 디지털 아카이브’ 사이트에는 월간 대구문화, 대구예술, 문화재단 등에서 발간하는 잡지와 대구시립예술단, 대구예총 50년사, 대구문화재단, 대구문학관, 대구음악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연극협회, 대구시조시인협회 등 문화예술기관 단체 자료가 올라와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4월 지역 문화예술 자료를 수집해 일반에 공개하는 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 수장고’를 대구예술발전소에 개관했다. 162㎡ 규모 수장고는 예술가의 방, 영상실, 기획 전시대, 오늘의 아카이브 열람실 등으로 꾸며졌다. ‘예술가의 방’은 한국전쟁 후 음악으로 시민을 위로하고 대구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한 음악가들 유품과 자료 등을 전시한다. ‘영상실’은 음악, 연극, 무용 분야 원로예술인 8명 예술 활동과 생애를 증언한 구술 기록 영상을 소개한다. ‘기획 전시대’에는 작고한 예술인 유족, 원로예술인, 컬렉터 등에게서 수집한 자료를 선별해 인물별·시기별·장르별로 전시하고 있다.

대구시는 2019년 7월 문화예술진흥 조례를 개정해 ‘문화예술자료 수집‧관리‧활용’을 명문화했다. 조례는 ▲구축 대상, 범위, 추진방안 등 세부사항 ▲문화예술기관‧단체, 주민 등 지역사회의 협조체계 구축 방안 등 문화예술자료의 수집·관리·활용을 위한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해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또한 자료 등을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시민이 문화예술자료 정보에 쉽게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자료 정보체계를 구축‧운영해야 한다. 경기도 군포시는 아카이브 조사 및 수집대상을 ‘오랜 기간 축적 되어 보존 가치가 인정되는 역사, 문화, 예술, 생태, 자원 등 지역문화’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경기아트센터 공연 정보 디지털 아카이브 홈페이지.
경기아트센터 공연 정보 디지털 아카이브 홈페이지.

경기아트센터는 지난해 12월 개관 이후 30년 동안 축전된 공연예술자료를 망라한 디지털 플랫폼 ‘경기아트센터 공연 정보 디지털 아카이브’를 오픈했다. 센터는 2019년부터 공연예술 관련 소장 자료를 수집해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고 보존하는 작업을 수행해왔으며, 지난해에는 디지털 아카이브 플랫폼을 통해 분류·분석이 완료된 자료를 대중에 선보였다.

아카이브는 아트센터와 소속단체인 경기도예술단의 역대 공연예술자료를 장르별, 단체별, 형태별로 수집·분류해 제공한다. 28일 현재 경기아트센터 3555건, 경기국악원 647건, 경기도극단 569건, 경기도무용단 1482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4690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2203건 등이다. 장르별로 보면 연극 808건, 복합장르 1300건, 무용 1615건, 서양음악 4533건, 한국음악 5030건이다.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수록된 전주 백인의 자화상 DB.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수록된 전주 백인의 자화상 DB.

전주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문학, 미술, 국악,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사진 등의 분야에서 지역을 연고로 활약한 원로, 작고 문화예술인들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동안 총 70명을 조사 기록했다. 디지털 아카이브 작업도 강화하고 있다. 아카이브에는 문화예술인의 생애, 철학, 연대별 활동연혁, 대표작 등이 소개되며, 문헌조사와 인터뷰를 활용한 기록화가 병행된다.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여수지회(여수예총)는 2014년 11월 여수예총 50년사를 발간했으며, 매년 ‘여수예술’을 펴내고 있다. 또 2년에 걸쳐 준비한 사진으로 보는 여수거북선축제 55주년사도 곧 발간할 계획이다. 예산은 여수시가 지원했으며 책자를 여수지회 홈페이지에 이북(e-book)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여수지회(여수민예총)의 경우도 자료의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마재일 기자 killout1339@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